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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치매 예방 공부 … 도서관은 노인 사랑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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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무료 영화 감상을 위해 강원 동해시 동회동 북삼도서관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 [사진 북삼도서관]

무료 영화 감상을 위해 강원 동해시 동회동 북삼도서관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 [사진 북삼도서관]

강원도 동해시 동회동에 사는 우인근(78)씨는 매주 월요일 집 근처 북삼도서관을 찾는다.

동해 북삼, 매주 노인 대상 영화 상영
속초시립, 치매극복 도서 코너 마련
음성 감곡 등 대형 활자 책들 비치도

동해시가 운영하는 이 도서관에서는 월요일 오후 2시부터 노인들에게 무료로 영화를 상영한다. 우씨는 지난 23일 독립운동가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를, 16일엔 엄정화와 송승헌 주연의 ‘미쓰 와이프’를 관람했다.

도서관에는 70~80대 노인 20~30명이 매주 찾고 있다. 우씨는 “영화까지 볼 수 있는 도서관은 여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말했다. 북삼도서관은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영화 30여 편을 상영했다. 이규원 북삼도서관 주무관은 “영화상영 등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도서관에 활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도서관도 변화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는가 하면 각종 편의까지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정보 나루에 따르면 전국 484개 도서관에 등록된 60대 이상 회원은 55만5333명이다.

속초시립도서관의 치매도서코너. [사진 속초시립도서관]

속초시립도서관의 치매도서코너. [사진 속초시립도서관]

속초시립도서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치매도서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2층 종합자료실에 200여 권의 치매관련 도서를 비치했다. 그러자 60~70대 노년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날마다 20명 이상이 찾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중앙도서관 1층에도 ‘치매극복 도서코너’가 설치됐다. 이 코너에는 치매의 원인과 증상, 치료, 간병 등 치매극복 관련 도서 158권이 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노인 등을 위해 큰 글씨 도서(대활자본)코너를 만든 도서관도 늘고 있다. 충북 음성군 감곡도서관은 지난해 9월 대활자본 18권을 비치했다. 한국도서관협회에서 기증받은 책으로 글씨 크기가 일반도서의 두 배 이상 큰 포인트로 인쇄돼 노인들이나 저시력자들도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감곡도서관은 노인을 위한 확대경 4개와 전용 휴식공간까지 마련했다.

태백시립도서관은 올해 200여 권의 대활자본책을 구입할 계획이다. 현재 이 도서관에는 맨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41권의 대활자본책이 있다.

옥천군민도서관도 지난해 11월 큰 글자 책 20권을 들여놨다. 성석제 작가의『투명인간』등 화제가 됐던 소설이나 자기계발 도서다. 또 이 도서관 옥천평생학습원에서는 스마트폰 바로알기, 팝송 영어교실, 바둑 등 24개 강좌가 운영된다. 정승진 옥천군민도서관 운영팀장은 “수강생 500명 중 150명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노인들 참여율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활자본으로 166권의 책이 제작돼 전국 공공도서관에 배포됐다.

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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