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진 예측 효율 높일 라돈센서 도입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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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장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장

그 동안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해 9월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1978년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강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후에도 11월19일 3시 기준 경주지진 여진은 총 523회가 발생했다. 지진 대비에 취약한 대한민국에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은 지진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진이 발생한 후에 이를 빨리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진 발생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중의 하나로 60년 전부터 라돈가스의 거동을 관측하는 수많은 연구가 수행됐다.

일본·이탈리아·미국·인도·아이슬란드·대만 등의 라돈과 지진 예측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과학자들은 적절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라돈을 모니터링 한다면 지진 발생과 관련된 지각의 변동을 민감하게 추적 가능할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진도 2 이상의 지진 발생 시 지구물리화학적 이유로 라돈 방출 거동 이상이 다양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라돈 이상 방출 데이터로부터 진앙지, 지진 전조 시간, 지진의 크기 등을 공간적, 시간적으로 예측할 수 있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정확한 지진 예측을 위해 더 많은 라돈 데이터 또는 라돈 센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래 지진 예측을 포함한 모든 모델링의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측정한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 10개의 센서를 사용해서 얻은 데이터로 모델링을 했을 때보다, 1000개의 센서를 사용해서 얻은 데이터로 모델링 했을 때의 예측 정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될 것은 자명하다.

이에 동일한 라돈 측정의 감도를 가지고도 선진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보다 싼 가격으로 국내에서 최초 개발된 실시간 라돈센서에 기반한 고효율 지진예측시스템을 국내에서 연구개발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우수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실시간 원격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로 완성될 것이며, 확보된 우수한 국내의 라돈센서 원천 기술에 기반해 국내는 물론, 지진으로부터 세계 안전을 지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으로 외국 수출 또한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적으로 반드시 정해야 할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의 지질학적 안전성 평가에도 장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며, 실내 환경에 존재해 폐암의 3~14%를 유발하여 흡연 다음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실내 라돈의 관리를 위해 중요한 국가 라돈 지도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신뢰가 가장 객관적인 과학을 통해 얻어지고, 그 중 하나가 십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국내에서 원천 기술로 확보한 고효율 라돈센서 기술에서 시작되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조승연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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