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준 청담고 비리교사 늑장 징계 논란...정씨 졸업 취소도 아직 진행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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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21)의 출결과 성적 등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난 청담고 비리 교사 7명이 교육청으로부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여전히 교사 신분을 유지한 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육부가 이화여대 감사를 실시한 직후, 비리가 적발된 교수에 대해 '교수직 해임'을 학교측에 요청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유라에 출결·성적 특혜 준 비리교사 7명, 여전히 교단에
교육부는 이화여대 감사 후 비리 관련자 '교수직 해임'까지

지난해 12월 5일 서울시교육청은 청담고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며 “정씨에게 학사관리, 출결관리, 성적 처리와 수상 등과 관련해 특혜를 제공한 혐의가 드러난 관련자 전원을 수사 의뢰하고, 이들에 대해 규정과 원칙대로 중징계 등 신분상 처분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교육청이 수사 의뢰한 대상자는 최순실·정유라를 포함해 청담고 교사 7명, 선화예술학교(중학교) 교사 3명 등 총 12명이다.

당시 시교육청은 “정씨가 재학한 선화예술학교(중학교)와 청담고에서 정씨에 대해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학사 관리와 성적 관리상 특혜가 광범위하게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담고의 경우 고3 때 정씨가 공결의 근거로 제출한 허위 공문서 105장을 받아 출석으로 인정했다. 고1 때는 한 장의 동일한 병원 진단서로 질병공결을 두 차례 인정 받았다. 고2 때는 정씨가 무단결석하고 해외에 출국한 시기마다 담임교사가 정씨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스마트혁명에 대한 영상을 보고 IT 업계의 변화 및 관련 직업 세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짐’ 등의 문구를 직접 기재해 출석으로 인정했다.

또 학교에 거의 출석하지 않은 정씨에게 국어 수행평가에서 만점을 부여하고, 교과 우수상을 주는 등 성적 특혜 정황도 다수 드러났다. 이에 해당 교사들은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상 실수였다”고 발뺌해왔다.

교육청 관계자는 비리 교사에 대한 행정적 징계를 미루고 있는 이유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도 징계를 주는 건 가능하나, 수사 과정에서 추가 비리가 드러날 경우 이중 징계를 해야 하는 등 절차상의 어려움이 생긴다”며 “수사가 완료된 뒤 기소 단계 혹은 1심 판결 이후 일괄 징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이런 태도를 “안이한 늑장 대처“라고 비판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45·서울 강남구)씨는 ”비리가 이미 밝혀졌는데도 징계를 주지 않으면, 해당 교사들이 계속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의미 아니냐“며 ”나라를 발칵 뒤집은 최순실·정유라 사건에 연루된 비리 교사가 내 아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청이 이중 처벌에 대한 부담을 떠안더라도 일차적으로 행정 징계를 통해 비리 교사와 학생의 접촉은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이화여대 특별감사 결과 발표 이후, 정씨에게 입학·학사 특혜를 준 남궁곤 전 입학처장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 학장에 대한 교수직 해임을 즉각 요청한 것과도 비교된다. 당시 두 사람은 사표를 제출해 보직은 이미 그만둔 상태지만 교육부는 ‘교수직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학교 측에 요청해 비리 연루자가 교단에 서는 것부터 막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국회의원은 “교육청이 비리 교사에 대해 마땅히 내려야 할 행정적 징계를 미루는 것은 자신들의 감사 결과를 스스로 못 믿겠다는 얘기”라며 “일종의 직무 유기로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청이 청담고 특정감사를 발표하며 정유라의 청담고 졸업 취소 조치를 내렸으나 현재 청담고에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씨는 지금도 청담고 졸업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청담고는 18일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정씨의 졸업 취소를 위한 청문회 일정을 알리는 ‘처분사전통지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씨의 청담고 졸업 취소 절차가 시행 중이란 사실을 알렸다. 졸업 취소는 행정 절차상 최종 결정 전에 당사자인 정씨를 소환해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청담고는 지난해 12월 5일 교육청으로부터 정씨의 졸업 취소 조치를 담은 공문을 받았으나, 소재지도 불분명한 정씨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미뤄오다 18일에야 홈페이지에 ‘정씨는 2월 14일 열리는 청문회에 참석해 소명하라’는 내용이 담긴 ‘처분사전통지서’를 게시한 것이다.

처분사전통지서에는 정씨의 ▲졸업 취소 처분과 함께 ▲퇴학 처분 ▲출결 정정 ▲교과 성적 정정 ▲교과 우수상 무효 처리 ▲창체활동 특기 사항 기록 삭제 등이 포함돼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상 졸업 인정이 취소되면 고3으로 유급된다. 고교 중퇴자 신분이 되는 셈인데, 여기에 청담고 학칙인 ‘정당한 이유 없이 결석이 잦은 자를 퇴학 처분한다’는 조항을 적용해 ‘퇴학’ 처분까지 더한 것”이라고 밝혔다.

2월 14일로 예정된 청문회가 끝나도 바로 졸업 취소를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행정 절차상 청문회를 주재한 변호사가 청문 조서를 작성하고, 이 조서를 ‘열람 및 확인’할 수 있는 공개 기간을 둬야 한다. 조서 공개 기간이 끝나면 변호사가 최종 의견서를 작성해 청담고 교장에게 제출한다. 이후에 교장이 졸업 취소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빨리 진행해도 현실적으로는 3월 이후에야 정씨의 졸업 취소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정유라는 이미 졸업 취소가 완료된 줄 알았다. 아직도 진행 중이란 사실이 놀랍고, 이러다 흐지부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학교측은 “이 사안 자체가 전대미문의 사건이라 절차상 실수가 없게 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이라 해명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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