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던진 「공화국 연방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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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대중민주당고문의 「공화국연방제」논을 계기로 통일논의가 정가의 수면위로고개를 내밀고 있다.
『자유로운 통일논의는 보장돼야 한다』 『통일문제를 백가쟁명식으로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상반된 주장이 맞선가운데 공화국연방제는 다가올 선거의 주요쟁점이 될 가능성은 물론 자칫 이념논쟁으로까지 비화될 소지마저 없지 않다.
민정당은 공화국연방제에 관한 김고문의 광복절발언이 나온후 나름대로 면밀한 분석을 끝낸 1주일 후 (22일)에야 조심스러운 태도로 대응자세를 취했고 민주당의 상도동계 역시 당차원의 「공식논의」는 유보한채 강연회 토론형식을 빌어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일종의 비판 내지 경계적 입장을 보였다.
통일원ㆍ외무부등 정부의 주무부처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부측은 정치권의 통일논의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며, 정치권에서 의논의 추이를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자세다.
이처럼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정치권과 정부측과는 달리 대학생들은 지난19일 충남대에서 결성된 「전국 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급진적 통일구호를 외치면서 2학기 운동목표의 하나로 통일문제를 들고나올 것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싫건 좋건, 원하건 원치않건 이제 통일논의는 각 정당, 정파의 선거전략과도 맞물린 가운데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고 가속화될 전망이다.
김고문이 신민당대통령후보였던 지난71년 제창한 4대국평화보장론을 진전시킨것으로 보여지는 「공화국연방제」안은 남북한이 서로 독립정부를 인정하고 제한적인 권한을 가진 중앙연방기구를 설치, 각분야의 교류를 통해 민족동질성을 회복함으로써 점진적 통일을 이룩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전제, 곧 △민주정부수립을 통한 북한의 적화통일야욕포기 △미ㆍ일ㆍ중ㆍ소등 4강에 의한 평화보장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방기구는 연방정부와 연방의회로 분리, 남북한 독립정부에서 파견한 대표와 민간대표들로 각각 구성,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ㆍ이산가족등의 교류를 추진하여 통일에의 문호를 연 뒤 연방기구의 권한을 점차 확대해 「완전한 통일」로 나아간다는 것인데 이일은 지금세대가 아닌 다음세대가 맡아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2독립정부ㆍ1연방기구로 요약되는 김고문의 통일안은 2지역정부 (자치정부)1연방정부의 구조를 가진 북한측의 이른바 「고려연방공화국」주장과 용어, 골격상의 유사성이 눈에 뛴다. 이점이 바로 『국민 대부분의 오해와 혼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민정당측이 비판한 대목이다.
더구나 영문표기의 경우 김고문의 연방제 (Confederation System)와 북한의 연방제(Democratic Confederal Republic of Koryo)는 흡사하다.
그러나 북한의 연방제는 미국ㆍ캐나다ㆍ서독처럼 국방ㆍ 외교권까지를 장악한 사실상의 단일정부구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반면 김고문의 연방제는 남북의 현존하는 양정권을 현재와 같이 독립정부로서의 모든 권한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상징적 권한의 연방기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그 같은 차이점을 감안해 볼때 김고문측의 영문표기는 정확한 어의에 입각해 있으나 북한측의 경우는 사실상 Federation으로 써야 될것을 Confederation으로 오기하고 있다고 지적할수 있다. 통상 「국가연합」으로 번역되는 Confederation은 둘 이상의 국가가 평등한 국가의 자격을 보유한채 결합한 형태인반면 연방국가(Federation)는 구성단위가 국제법상 국가로서의 자격을 잃고 연방국가만이 국가의 자격을 갖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영문오기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한 대외선전용의 고의성을 띤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우리정부도 북한측 연방제를 영문으로 표기할 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Federation으로 적고 있다.
반대로 김고문이 생각하는 식의 내용이라면 구태여 꼭 정확하지도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연방」 이란 용어를 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김고문은이 문제에 대해 24일 『근본목적만 달성된다면 「공화국연방제」 같은 명칭에는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정부의 통일방안과 김고문, 북한의 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82년1월 제시된 우리정부의 민족화합 민주통일 방안은 남북한 최고당국자회담을 통해 양측대표들로 「민족통일협의회의」구성, 통일헌법기초, 남북한국민투표에 의한 통일헌법확정, 이 헌법에 따른 총선거, 통일민주공화국 완성의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의 선통일 후평화논과는 달리 우리측 방안은 인도적ㆍ비정치적 문제부터 풀어가면서 점진적ㆍ단계적으로 접근해가는 선평화-신뢰기반구축, 후통일 방안이다.
김고문의 「공화국연방제」안은 정부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명칭ㆍ골격문제와는 별도로 하여 자유민주체제를 전제, 쌍방간의 대화와 거래를 통해 양측의 생태변화를 점진적으로 추구하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한다는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이라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는면도 있다.
따라서 공화국연방제는 아직은 안내용보다는 북한측의 고려연방제와 같이 연방제라는 명칭을 쓰고 있고 통일논의에 있어 이런 시점에서 사견을 내는것이 합당하냐는 차원에서 논란이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이안을 비판한 민정당측도 안내용보다는△걷잡을수 없는 통일논의를 불러일으킬 위험성 △정부의 통일방안과도 다른 사견제시등을 경계하고 『공화국연방제가 어휘나 어감에 있어 북괴의 연방공화국과 비슷하다는 것은 국민의 오해와 혼동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대해 김고문측이『명칭에는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함으로써 더 이상의 논쟁으로는 발전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계기로 이 문제가 다시 등장할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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