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앞두고 옥포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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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위중 최루탄파편에 맞아 숨진 대우조선 근로자 이석규씨(21)사건으로 긴장이 감도는 거제옥포에는 민통련·국민운동본부등 재야단체인사 3백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이씨의 장례절차를 놓고 근로자·재야인사·유가족들의 의견이 맞섰으나「민주국민장」으로 26일 치르며 장지는 선산인 남원으로 잠정결정했다.
이에앞서 장례집행위 (위원장양동생) 측은 24일 밤10시30분 일방적으로 「관련경찰구속」「내무장관해임」등 6개항을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으며 일부 근로자들은 25일 상오에도 가족과의 합의에도 불구, 이씨의 장례를 연기할 것을 주장하고있다.
이씨의 사망경위와 책임자 수사를 펴고 있는 검·경은 당시 시위진압에 나섰던 경찰과 목격자수사를 폈으나 25일 현재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편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이석규씨의 유가족과 근로자를 위로하고 대우조선관계자들과 분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25일 상오11시 서울에서 거제에 도착했다.
◇장례절차=이씨의 장례는 당초계획대로 26일 5일장으로 치르고 장지는 남원군사매면대신리 이씨의 선산, 형식은 「민주국민장」으로 하기로 했다.
장례위원장에는 고 전태일씨 어머니 이소선여사(58)가 위촉됐다.
이씨의 유해는 26일 상오7시 대우조선 운동장으로 옮겨져 영결식을 마친뒤 이씨가 최루탄을 맞은 옥포관광호텔앞에서 노제를 치른뒤 장지인 남원으로 운구, 이날하오 장례를 치르게 된다.
장례집행위측은 24일 하오 10시30분쯤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경찰구속·내무장관해임등 6개항의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수락되지 않을 경우 장례를 무기연기한다고 발표했었으나 유족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협의끝에 26일 장례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민주국민장」집행위원 1명이 25일 상오 가족들이 주장하는 장지  답사하기 위해 전북 남원군 사새면 대신리 선영으로 떠났으며 근로자들은 장례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수사=경찰은 사고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23일 경남도경 장기정경위를 반장으로 하는 14명의 수사관으로 전담반을 편성, 당시 현장목격자·병원후송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폈으나 최루탄발사경위와 당시 지휘책임자를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당시 시위진압부대장이었던 마산경찰서 박준의 경위 (36) 등 3개부대 책임자 10여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최루탄 발사상황을 조사했으나 최루탄의 종류가 사과탄과 SY-44라는점만 확인했을 뿐 발사자나 어떻게, 무슨 최루탄에 맞았는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이씨의 사망과 관련된 현장의 경찰책임자와 발사자를 색출, 처벌하겠다고 밝히고 경찰자체수사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보상=유족과 경찰간에 보상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회사측도 곧 유족과 접촉, 보상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이씨 장례집행위원회는 25일 『유족과 경찰간에 보상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매듭지어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회사측도 『노조나 유족들의 보상협의 요구는 없었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관계기관을 통해 유족과 접촉, 빠른 시일안에 보상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부검=이씨의 사인은 오른쪽 폐에 0.5㎜짜리와 4㎜크기의 파편 2개가 관통하거나 꽂히면서 심한 폐출혈과 폐기공에 의한것으로 밝혀졌다.
24일 상오11시20분부터 1시간40분동안 옥포대우병원영안실에서 이씨의 사체부검을 지휘한 김용학마산지검부장검사는 이날 하오2시 부검결과를 발표, 이씨의 오른쪽 젖가슴 11·5㎝부위내외에 4개의 파편 관통흔적으로 보이는 상처를 확인, 개복해본 결과 파편이 늑골 1∼4번째 뼈사이로 모두 관통, 이중 1개는 오른쪽 폐중섭(폐중섭) 에 길이 4㎜정도 크기로 박혀있고 또다른 1개는 오른쪽 등부분에까지 박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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