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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입국 땐 “입당 생각 안 해” 16일엔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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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17일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유순택 여사가 17일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송봉근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밤 부산에서 설 이후 기성 정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하자 17일 서울 마포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 ‘빅텐트론’으로 김종인·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국민의당 등 비문 세력과 연대하겠다는 캠프 기본 전략과 충돌하는 발언이어서 메시지에 혼선이 빚어졌다. 반 전 총장 본인도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귀국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어떤 정당에 바로 소속한다든지 그런 건 생각 안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포캠프 “연대 필요한데” 당황
바른정당선 “우리 당으로 와라”
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정치 교체하란 말씀 깊이 남아”

하지만 나흘 만에 입장이 달라졌다. 그는 부산 자갈치시장·국제시장 방문 등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없으니 매우 힘들다”면서 “꼭 돈 때문에 당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계획을 묻는 질문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 입당은 어렵다면서 구체적인 언급도 했다. 앞서 그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지역구인 자갈치시장에서 주민 여러 명에게서 “바른정당 후보로 나오세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당장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 발언에 반색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바른정당으로 오는 게 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 측에서 한 달 전 ‘국민의당에서 경선을 하고 싶다, 뉴DJP연합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해와 ‘무조건 입당하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 측근인 김숙 전 유엔대사는 “부산 시민의 환영에 감동받아서 그런 말을 하신 것 같다”고 당혹스러워했다.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 입당 같은 일개 정당 차원을 넘어 정치 교체를 위한 대통합, 더 큰 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가 모두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데, 지금은 전략적 모호성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 발언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이 기성 정당에 입당을 하면 빅텐트 구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탈당파가 만든 바른정당으로 갈 경우 정체성 논란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과 연대가 어려워진다. 김종인 전 대표 측이나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 주변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인사들을 털어내지 못하면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민의당을 선택하면 바른정당 쪽이 대선후보를 양보한다는 보장이 없다.

반 전 총장 중심의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 전 총장을 돕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설 이후 새누리당 충청·수도권 의원 30~40명이 추가로 탈당해 중심 세력을 만든 후 바른정당과 합당하거나, 대선후보 단일화를 위한 ‘그랜드 컨벤션’으로 최종적으로 빅텐트를 완성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팽목항도 방문, 세월호 유가족 위로

반 전 총장은 이날 2011년 12월 이후 5년 만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해·진도=박유미 기자,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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