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분쟁, 어디까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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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운수업계의 노사분규는 자꾸 꼬이기만 하는 것 같다. 하루 사이에 전국 75개 운수업체에서 노사분규가 새로 발생하는등 모두 2백23개업체가 운휴중이다. 더구나 협상 시한을 얼마남기지 않은 서울과 인천은 몇차례나 노사협상을 시도했으나 깨졌다.
마지막 극적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전면 운행중지의 중대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에서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것인가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당국은 서울에서 전면 파업이 시작되면 관공서와 각급 학교버스, 그리고 예비군 수송협회 버스 등을 투입하는등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하루 교통인구 1천7백만명의 절반이상을 시내버스가 감당하고 있고 이용객의 대다수가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생활의 마비와 고통은 적지 않다.
서울 시내버스 분규의 쟁점은 노조측이 주장하는 21% 임금인상과 버스사업조합측이 제시한 마지막 양보선인 5% 인상이다.
임금인상액을 둘러싼 서로간의 간격이 너무 커 해결의 실마리가 선뜻 보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막중한 도시기능을 도맡고 있으며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된다는걸 업자와 운전사들이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 해결을 못볼 것도 없다.
업자들도 어느 정도 양보하고 노조측도 점진적인 처우개선을 약속받고 물러선다면 의외로 쉽게 타결을 볼수 있는 문제다.
업자들은 임금인상 요구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요금 10%인상을 들고 나왔고, 일설에는 노조측도 요금인상을 반대하지 않은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버스요금인상을 허용할 듯 하다가 끝내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 요금인상에 필요한 모든 재원을 몽땅 시민들에게 전가시키겠다는 발상은 실로「거저먹기」식의 안이한 생각이어서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될수 없다.
이른바 황금노선을 뛰고 있는 시내버스의 프리미엄값이 무려 4천만원을 훗가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업자들 주장처럼 버스요금이 수년동안 묶여있어 경영상태가 최악이라면 어마어마한 프리미엄값은 무엇으로 설명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버스노선 가운데는 수입이 보잘 것 없는 노선도 있을 것이고 노조측 요구대로 임금을 큰폭으로 인상하면 적자를 못면할 업체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률 인상을 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못된다.
그것보다는 먼저 객관적인 원가분석을 하고 나서 노선을 조정하든가 운전기사들과 협의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
더구나 이번 기회에 버스업체의 주먹구구식 경영방식을 탈피하고 운전자들에 대한 노동조건 등을 개선하겠다는 확고한 약속과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운전사들의 요구가 단순히 임금인상만이 아니고 인간적인 대우와 열악한 노동조건도 개선해 달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국 또한 시내 버스가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고 시민의 발노릇을 하는 대중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중시하고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다. 버스업체가 지나친 임금인상으로 적자를 못면할 처지라면 외국처럼 재정보조라도 해서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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