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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일본 KAO “아빠, 육아휴직 도전” 회사가 먼저 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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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성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 활용을 권장하는 일본 카오의 `리플릿`. [사진 닛케이]

남성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 활용을 권장하는 일본 카오의 `리플릿`. [사진 닛케이]

세제·화장품 등을 제조하는 일본 회사 카오(KAO)는 아이가 태어난 남성 직원에게 ‘리플릿’(전단)을 준다. 육아휴직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알려주고 권장하기 위해서다. 리플릿 표지에는 육아휴직을 쓰기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는 남성 직원을 향해 동료 직원들이 ‘괜찮다’며 환하게 웃는 그림이 상징적으로 담겼다.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한 30대 남성 직원의 소감도 들어 있다. “육아와 가사를 함께 하는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육아휴직을 얻어 이를 체험했으면 좋겠다.”

닛케이·본지, 우수 사례 공동보도
남성 40% 육아휴직 써, 평균의 15배
이토추상사는 야근 대신 조근 장려
여직원엔 오후 8시 이후 근무 금지

중앙일보와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은 한·일 양국의 일·가정 균형 우수기업을 각각 6곳과 2곳 취재했다. 중앙일보와 닛케이의 공동 보도는 지난해 6월 한·일 20~40대 남녀의 결혼·출산 인식 조사에 이어 두 번째다. 카오는 대형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伊藤忠商事)와 함께 우수기업으로 꼽혔다. 중앙일보가 닛케이의 취재 협조를 바탕으로 두 회사의 사례를 정리했다. 엄마·아빠 모두의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카오는 총 근무자 3만 명 중 절반이 여성이다. 연간 600명 이상의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고, 시간제 근무와 재택근무도 일반화됐다. 육아휴직을 마치면 회사 복귀를 돕는 상사 면담·배우자 동반 세미나 등을 실시한다. 또 아빠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첫 5일을 유급으로 인정해 준다.

그 덕분에 카오의 2015년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40%로 일본 기업 평균(2.65%)의 15배를 넘었다. 여성 관리직 비율도 10.8%로 높은 편이다. 카오의 인재개발부문을 총괄하는 아오키 야스시(靑木寧)는 “여성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남성의 육아 참여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 닛케이]

일본 이토추상사 직장어린이집에서 아이와 보육교사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직원들의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했다. [사진 닛케이]

이토추상사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힌다. 특히 여직원들의 경력 관리를 지원하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는 데 집중한다. 단적인 예가 ‘야근’ 대신 ‘조근’을 장려하는 시스템이다. 여직원들이 퇴근을 일찍 할 수 있도록 2013년부터 오후 8시 이후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대신 오전 8시 출근을 장려하는 ‘아침형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오전 5~8시 근무에 대해선 야간 근무와 마찬가지로 가산된 수당을 지급하고 아침 식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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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토카즈(甲斐元和) 이토추상사 채용ㆍ인재관리실장은 “아침형 근무가 정착되면서 아이 마중을 가야 하는 여성 사원들이 일하기 좋아졌다. ‘상사가 남아 있으면 집에 가기 힘들다’는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도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최대 2년(법적 보장은 18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축 근무도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내 탁아소(직장어린이집)도 본사 근처에 설치해 직원들의 보육 부담을 낮췄다. 여직원들이 스스로 유리 천장을 깰 수 있도록 자체 목표치도 설정했다. 현재 5.2%인 여성 관리직 비율을 2020년까지 1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회사의 변화는 직원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업무 효율성까지 높였다. 일본 정부도 민간 기업의 일·가정 양립을 돕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여성들의 회사 복귀를 돕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을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추인영·서영지·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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