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전희철 '경쟁은 나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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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로농구 SK의 문경은(35)은 9일 전자랜드에서 SK로 이적하자마자 전희철(33.사진)과 방성윤(24)부터 만났다. 함께 식사하고 소주도 한잔 했다. 이미 팀 내 입지가 분명한 두 선수가 자신의 이적을 껄끄럽게 받아들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경은은 전희철이 가장 신경쓰였다. SK가 공들여 영입한 방성윤과 뛰는 시간을 나눌 수는 없고, 결국은 전희철과 교대해야 했다. 그런데 폭발력 있는 슈터를 선호하는 김태환 감독의 스타일로 볼 때 문경은이 먼저 기용될 가능성이 컸다. 여름내 부상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며 다시 일어선 전희철의 감정이 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희철은 문경은과 신경전을 벌이지않았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냈다. 경복고.고려대에서 골밑 선수로 뛴 전희철은 포워드인 문경은과 방성윤에 비해 골밑에서 강하다. 그 가능성을 최근 두 경기(15일 LG, 18일 삼성)에서 보여줬다.

삼성과의 경기에서 전희철은 3점슛을 3개 넣었고, 수비에서는 서장훈을 맡았다. 골밑과 외곽을 넘나드는 서장훈은 전희철이 수비하기에 적당했는지 모른다. 21점을 내줬지만 서장훈도 많은 파울을 기록해 승부처인 4쿼터 종반 5반칙으로 물러났고, SK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굳혔다.

전희철은 이날 모처럼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그는 최근 SK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팬과 문경은의 팬들이 벌이는 감정싸움을 걱정했다. "우리는 너무 친해 미워할 수 없는 사이다. 같이 뛰고 싶은 선배였다. 역할을 분담하면서 손발을 맞춰 보니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희철의 명쾌한 입장 표명으로 SK가 야심 차게 추진한 포워드 라인 리모델링은 끝났다. 한.중 올스타전(22일 잠실, 24일 중국)으로 인한 8일(20~27일) 간의 휴식을 앞두고 공동 6위로 올라서 기분 좋게 쉴 수 있게 됐다. 전희철은 "올 시즌이 우승할 기회"라고 말했다. 선두인 동부와의 승차가 6게임이나 되므로 물론 플레이오프에서의 얘기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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