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양보…기업 정상화 급선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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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29선언」으로 봇물이 터진 산업체의 노사분규가 8월들어 본격재연의 양상을 보이며 현대자동차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휴업하는 심각한 사태로 번지고 있다.
신훙공업국 한국의 기술과 경제력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려진 포니승용차를 하루 2천대씩 쏟아내던 거대한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수만근로자들이 곳곳에서 연일 철야농성하는 상황은 노사분규가 기업의 존페를 지나 국민경제의 위기를 몰고올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높이고 있다.
과연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노사분규재연의 원인과 배경을 캐본다.
◇원인=현대중공업 분규재연에서 보듯 기업의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즉각적인 임금인상요구와 함께 「어용노조」 시비가 노사분규 확산·장기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달27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계속된 1차농성때 노사 양측은 「신임노조집행부 구성 후 임금협상재개」 원칙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1차 농성을 주도한 「민주노조개편대책위」측은 현노조를 「어용」으로 규정,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일 신임노조집행부구성에서 제외시키려하고 있으며 이에대해 현노조집행부측은 자신들의 조직이 노조설립신고등 법적절차를 마친 유일한 합법노조라며 팽팽히 대립, 분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같은 그룹내 계열사안에서 급여·근로조건에 적차가 있는 것도 분규의 불씨. 울산공단내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현대정공·현대미포조선등 7개 현대계열회사 분규에서는 이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1일 회사본관을 점거, 전산실등을 때려부수며 과격한 집단행동을 벌였던 현대정공에서는 이때문에 근로자들의 요구에따라 『임금등 급료는 현대그룹사 「평균수준」 으로 인상한다』는 조항이 들어가기도 했다.
◇요구홍수=「임금·보너스인상」 「유급휴가 실시」 「어용노조퇴진」 등은 어느 사업장에서나 빠지지 않는 공통 요구사항.
이밖에 ▲두발자율화 ▲체조시간폐지 ▲야근후 토큰지급 ▲간이세면대 설치 ▲식당 냉·난방설치 ▲구입한 식권을 식당에서 사용하지 않을 경우 현금으로 지급해줄것등 근로자들의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한가지가 받아들여지면 또 한가지가 추가되는 양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대종합목재의 요구사항은 ▲임금인상 ▲고과제페지 ▲보너스상향조정등 무려 37가지나 되기도 했다.
서울의 모회사에서는 일부 간부를 추종하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사업축소계획중단을 요구하며 집단사퇴, 노조의 경영참가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 이들은 출근을 거부한채 회사외부의 기관에 집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또 종업원 23명인 안양의 모중국음식점에서는 「이익배당」 과 「종업원의 식사개선」을 요구하는 것 외에 「주방장이 종업원 채용권을 인정해달라」며 주방장등 4명이 농성을 벌이는등 어이없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외부개입=일부지역에서는 재야노동단체의 배후조종 입김도 큰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계기관에 따르면 최근 마산·부산·울산지역 근로자들의 잇따른 농성은 이 지역 해고 근로자와 일부 종교단체등 4백여명이 배후 지원을 하고 있다는것.
부산 국제상사의 분규는 위장취업 해고근로자 김모씨 (27) 등 재야노동단체 소속 근로자 10여명이 주동이 되어 일으킨 대표적인 케이스. 국제상사는 1차 농성후 정상조업에 들어갔으나 주동자급 2O여명이 부산 사상성당에서 지난달 31일이후 철야농성을 계속했으며 6일밤 또다시 분규를 재연시켰다.
울산공단내 현대계열 회사등의 분규도 울산시내 재야 노동단체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울산지역 재야 노동단체들은 울산공단지역 전체근로자 10만여명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그룹을 타기트로 삼고 노조결성등을 배후 조종하고 집단행동원을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전망·대책=이같은 노사분규 재연확산-기업휴·폐업사태는 당사자인 노사쌍방모두의 손해일뿐 아니라 크게는 국민 경제의 손실이며 경제발전토대위에서 추진되는 정치민주화과정에 중대한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관심사이자 이해사항이라고 할 수있다.
현재 번지고있는 노사분규는 그동안 우리기업이 근로자의 복지향상·근무여건개선·인간적인 관계형성에 그만큼 소홀했다는 반증이기는 하나 한꺼번에 누적된 불만과 욕구를 터뜨리고 즉각 실현을 요구하는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결국 기업의 정상가동이야말로 근로자들의 욕구실현을 포함한 모든 문제해결의 토대이자 열쇠라는 점에서 노사 쌍방의 자제와 양보가 유일한 대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주들은 특히 근로자들의 요구 가운데는 보다 「인간다운 대접」을 요구하는 작고도 인간적인 사항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며 「어용」시비가 없는, 대표성이 확실한 노조가 사태의 조속해결에 관건이 될 수있다는 점에서 노조에 대한 인식과 대책을 새로 이해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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