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투수 신재웅 몸값이 100억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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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하와이 훈련 중 마조니 코치가 신재웅의 투구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LG야구단 제공]

"이순철 감독, 신재웅을 미국에 데려가 키우고 싶소."-리오 마조니

"우리 팀에도 필요한 선수입니다. 한 1000만 달러(약 100억원) 주면 모를까…."-이순철 감독

하와이 LG 캠프에서 12일부터 일주일간 LG 투수들을 가르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코치 리오 마조니(볼티모어 오리올스)가 18일(한국시간) 이순철 감독에게 왼손투수 신재웅(24)을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이 감독은 당연히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농담으로 1000만 달러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마조니 코치가 "그래요? 그럼 생각해 봅시다"고 진지하게 대답하더란다. 이 감독은 마조니 코치가 너무 진지해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신재웅이 뜬다. 메이저리그 통산 300승을 넘어선 전설의 투수 그렉 매덕스(시카고 컵스)와 톰 글래빈(뉴욕 메츠)을 키워낸 마조니가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키워보고 싶다고 언급한 주인공이다. 마조니가 정말로 1000만 달러를 준비한다면? 이건 정말 사건이다.

지난해 프로에 뛰어든 신재웅은 26경기에서 단 1승만 기록한 왼손 중간투수다. 1m80㎝, 80㎏의 체격에 구속은 140㎞대 초반. 투구 폼이 부드럽고 예쁘다는 평을 받았을 뿐, 철저한 무명이다. 마산고 시절, 깡마른 몸매 탓에 볼에 힘이 없었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의대에 진학했다. 동의대에서는 팔꿈치수술을 했고, 3학년 때까지는 투수가 아니라 타자로 뛰었다. 그러다가 4학년 때 다시 마운드에 섰고,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LG 스카우트팀의 낙점을 받았다. 2차 지명 3라운드에 계약금 6000만원. 그저 가능성만 인정받은 셈이었다.

그런 신재웅을 '고수' 마조니가 "지금 당장 데려가 전반기까지 트리플A에서 선발수업을 하고 후반기에는 팀의 4, 5선발로 쓰고 싶다"고 극찬했다. 이 감독의 생각은 이렇다. 신재웅이 매덕스나 글래빈처럼 투구 폼이 교과서적이고 안정된 데다 왼손이라는 이점까지 안고 있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마조니가 평가했을 것이라고.

이 감독은 "재웅이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고, 다른 투수들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남은 캠프 기간에 더 다듬고, 지켜보면서 올 시즌 역할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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