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서점가 국내작품이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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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의 우리 독서계는 「국내저작물의 본격 출판시대」이자 「작가위주의 책선택」이라는 매우 독특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7월 한달간 종로서적·교보문고·주한국출판판매·신촌문고·을지서적등 주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를 종합한 결과(표참조)에 따르면 소설·시·일반분야등 3개분야 30권의 베스트셀러중 외국 번역물은 소설분야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광란자』등과 일반분야의 『사랑하는 아빠가』『나에게 쓰는 편지』등 모두 4권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은 불과 2∼3년 전만해도 노벨문학상·공쿠르상등의 수상작품에 수십개의 출판사가 매달려 과잉경쟁을 벌였던 사례나 미국·일본·유럽에서 히트만 했다하면 앞을 다투어 번역 출판, 서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사례에 비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최근 독자들의 책 고르기 성향이 점차 국수주의화(?)되면서 우리곁의 이야기를 담은 국내저작자들의 서적이 번역물들을 압도하면서 급격한 변모가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10월1일부터 발효될 세계저작권협약(UCC)도 출판계의 이 같은 외국번역물의 위축현상을 가중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국내저작물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몇몇 작가들에게 편향되어 있어 아직 우리 독서계가 작품보다는 인물위주로 선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문열씨는 지난 79년 발간 이후 30만부를 기록한 『사람의 아들』로 지난 3월 이후 『나의 라임오렌지나무』『황색인』등에 내주었던 수위자리를 탈환했을 뿐 아니라 『레테의 연가』(5위), 『젊은날의 초상』(8위) 등을 다시 순위권에 진입시키면서 여름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또 지난해 양심선언을 하고 강단(고려대철학과)을 물러났던 김용옥씨는 『절차탁마 대기만성』(일반분야 2위), 『여자란 무엇인가』(4위), 『아름다움과 추함』(11위),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15위) 등으로 못다한 철학강의를 서점에서 펼치고 있다.
지난해 시부문 1∼3위 모두를 석권했던 이해인 수녀의 시집들도 비록 수위다툼은 『홀로 서기』『접시꽃 당신』등에 물려주었으나 계속 저력을 보여 『오늘 내가 반달로 떠도』(5위), 『내 혼에 불을 놓아』(7위), 『민들레의 영토』(9위)등을 기록했다.
이밖에 여류시인 김초혜씨의 시집 『사랑굿』과 에세이집 『그대 하늘에 달로 뜨리라』가 시부문 4위와 일반분야 7위에 각각 올랐으며, 여류작가 강석경씨의 『숲속의 방』이 5,6월의 부진을 씻고 방학과 함께 급격히 재부상하고 있다.
신간중 가장 눈부시게 비상한 책은 여류시인 김소섭씨의 시집 『그대는 별로 뜨고』, 「고양영재교수님께 첫 열매를 바칩니다」라는 서문에서처럼 자신의 곁을 먼저 떠나간 부군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잘 승화시킨 이 시집은 7월 중순이후 역시 숨진 아내를 그리워하는 『접시꽃 당신』을 앞질러 새로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이름이 다소 생소한 여류작가 오정아씨의 단편집 『목각 숫사슴』의 진입도 시선을 모으고 있으며 유신정권의 마지막모습을 그린 『유고』(조갑제지음)와 신예작가 이원규씨의 장편 『훈장과 굴레』 , 홍성유씨의 『장군의아들』, 광주항쟁 시선집 『누가 그대 큰 이름 지우랴』등이 7월에 발간되어 맹위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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