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제재에 공동대처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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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右)) 국가주석을 만나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세 차례의 방중이 '개혁.개방의 현장학습'(2000년 5월, 2001년 1월), '북.중 관계 재정립을 위한 탐색'(2004년 4월)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경협 모델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 달라진 북.중 관계=북.중 관계의 전환점은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주석의 북한 방문 당시 마련됐다. 대북 관계의 공식 창구인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王家瑞) 부장은 이를 "새 세기 들어 새로운 단계를 향한 발전"(후진타오 방북 뒤 기자회견)이라고 표현했다. 후 주석은 방북 당시 만찬사를 통해 북한 지도부 면전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의 경제 발전상과 개혁.개방의 성과를 세세하게 강조했다. '북한도 더 이상 개혁.개방을 회피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양국이 느슨하게 명분만 남아 있던 혈맹 관계를 청산하고 실리적으로 상호 이익을 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경협이 화두=김 위원장은 후 주석의 방북 뒤 석 달 만에 중국을 찾았다. 6자회담과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같은 현안 못지않게 북.중 간의 폭넓은 경협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 10월 초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에 맞춰 평양에 간 우이(吳儀) 부총리에 의해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이 수행한 가운데 분야별 경제 교류.협력 방안을 깊숙이 타진했다. 북측도 화답했다. 지난해 12월 방중한 북한 노두철 부총리는 중국 측과 서해안 해저유전 공동개발협정에 서명했다. 광산.산림 자원개발권을 노린 중국 기업의 진출도 부쩍 늘어났다. 양측은 원론 차원의 경협 단계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각론으로 협력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는 추세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후 주석에게 최대한의 경제적 지원과 양보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 '금융제재'엔 공동 대처=북한은 원래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인 자세였다. 김 위원장으로선 미달러화 위폐 제조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더 급한 발등의 불이었다. 특히 금융제재 이후 돈줄이 막히면서 재정적으로 상당한 곤경에 빠졌다는 소문도 들린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어느 나라의 정상도 누리지 못한 철통 같은 보안.경호 등을 통해 중국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을 지렛대로 해 미국에 제재 압력을 완화하라는 일종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자회담과 관련해선 새로운 방안이 도출됐을 가능성이 희박한 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 뒤 북한의 대외 전략은 중국 쪽으로 급속하게 쏠릴 전망이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북.중 경협 방안 등이 활기를 띨수록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커지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 역시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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