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 백신본부 선임의료실장인 그렉 실베스터 박사左와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가 14일 대학 교정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자궁경부암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다국적 회사가 개발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때마침 이 백신을 개발한 MSD 백신본부 선임의료실장인 그렉 실베스터 박사가 가톨릭의대 주최의 암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13일 내한했다. 심포지엄을 주관한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가 14일 대학 교정에서 그를 만나 여성을 위협하는 자궁경부암의 예방과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종섭 교수: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15명에서 자궁경부암이 발생하고, 3.5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 정기적인 암 검진에 의해 발생빈도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암사망 원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렉 실베스터 박사: 그렇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도 암 사망 원인 두 번째로 흔한 암이다. 매년 약 50만 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실제 발병인구는 140만 명 추정), 30만 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다.
-박: 우리 어머니 세대는 자궁경부암에 걸려도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자궁경부 세포 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 사망률은 현저하게 줄었다. 하지만 암 발병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는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궁내막암에 비해 자궁경부암 발생 빈도가 높다. 자궁에서 일어나는 암 6건 중 5건이 자궁경부암이다.
▶실베스터: 자궁경부암은 유방암처럼 여성 스스로 살펴보기 쉬운 부위도 아니고,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지나치기 쉽다.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이 있거나 폐경기 이후에 출혈이 생겼다면 암을 의심할 수 있다. 골반통이나 배뇨 곤란,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 세포가 골반 신경이나 방광 등에 번진 것이다.
-박: 우리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 조기검진 권고안'을 마련해 성경험이 있거나 만 20세 이상 모든 여성은 1년에 한 번씩 세포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 가입자는 2년에 한 번 무료로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실베스터: 다른 진단법과 마찬가지로 세포 검사가 완벽한 진단법은 아니다. 실제 자궁경부 세포 검사의 위음성률 (암세포가 있어도 발견 못 하는 비율)은 15~30%에 이른다.
-박: 자궁경부암의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20, 30대 젊은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한다. 성의 개방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베스터: 물론 성 접촉이 감염 원인이지만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HPV는 모든 사람의 절반이 일생에 한 번쯤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다. HPV 감염을 피하려면 완벽한 금욕 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개발된 예방백신인 '가다실'은 어떤 약인가. 이제 자궁경부암도 '홍역 예방주사'처럼 백신만 맞으면 예방이 되는가.
▶실베스터: 인위적으로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외막(가짜 바이러스)을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짜 바이러스에 대해 인체가 항체를 갖게되고,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시스템을 작동해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궁경부암을 싹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박: 일반 백신처럼 주사를 맞는 것인가. 그리고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실베스터: 인유두종 바이러스 16과 18형을 원천봉쇄한다. 13개국 16~26세 여성 1만2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단 한 명도 16, 18형과 관련된 자궁경부 0기(상피내암), 전단계인 상피이형성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21건이 관찰됐다. 주사는 6개월에 걸쳐 세 번 맞는다.
-박: 하지만 예방 백신의 혜택을 보는 대상은 성 경험이 없거나, HPV에 감염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다. 이미 발병한 사람은 대상이 아니다. 현재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면역검사가 없어 성관계가 활발한 여성의 경우 선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소 문제다.
▶실베스터: 그래서 9~26세에 사용하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예방 백신은 원인 바이러스에 접촉되기 이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가다실은 예방 백신이지 치료 백신은 아니다.
-박: 생식기 사마귀(콘디로마)를 일으키는 HPV 6형, 11형 감염도 차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식기 사마귀는 암으로 발전하진 않지만 종양을 형성할 뿐 아니라 배우자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 백신은 언제쯤 여성들에게 사용될 수 있나.
▶실베스터: 지난해 12월 1일 FDA에 허가 신청을 했다. 올 6월 이전에는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내 임상은 올 11월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2008년엔 한국 여성에게도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지금까지 100여 종이 밝혀졌다. 이 중 16, 18형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한다. 자궁경부암은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발병 원인이지만 모든 환자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므로 일반적인 의미의 성병과는 개념이 다르다.
■ 자궁경부암은 어떤 사람이 잘 걸리나
- 성병에 감염된 병력이 있는 경우
- 성접촉의 상대자가 많은 여성
- 첫 성접촉 연령이 낮은 여성
- 배우자의 성 상대자 수가 많은 경우
- 흡연 여성(암으로의 이행을 촉발)
※예: 20세 이전에 성경험이 있고 4명 이상의 성 상대자가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면 26배까지 위험률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
정리=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