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못 받겠네…상대 코트 얼리는 ‘8초 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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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민 첫 200서브득점의 비결 ‘5m 토스와 특별한 루틴’

좋은 서브의 비결은 뭘까. 문성민은 “짧은 순간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성민의 서브장면을 다중노출을 통해 연속동작으로 구성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좋은 서브의 비결은 뭘까. 문성민은 “짧은 순간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성민의 서브장면을 다중노출을 통해 연속동작으로 구성했다. [천안=프리랜서 김성태]

배구는 “하나-둘-셋”의 게임이다. 상대 서브를 리시브(하나) 하면, 세터가 토스(둘) 하고, 공격수가 스파이크(셋)로 마무리한다. 그런 배구에서 “하나”로 끝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서브다. 프로배구 V리그에는 “대포알” 서브 한 방으로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선수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현대캐피탈 문성민(31)이다.

시속 122㎞, 대학 때부터 유명
V리그 올스타전서 2차례 서브왕
리듬체조 신수지에 토스 배워
걸음수·호흡·동작 등 늘 똑같이
특유의 리듬으로 정확성도 높여
“현대캐피탈 우승컵 꼭 들고싶어”

1998년 배구는 서브포인트제(서브권을 가진 팀이 랠리에서 이길 때만 득점하는 제도) 대신 랠리포인트제(서브권과 관계없이 랠리에서 이긴 팀이 득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서브를 받는 쪽이 득점 가능한 첫 공격권을 갖게 되자 서브권은 일종의 핸디캡이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게 스파이크 서브다. 서브가 공격 수단이 된 것이다.

문성민

문성민

문성민이 넣는 서브의 위력은 대학 때부터 유명했다. 경기대 재학 중이던 2008년 문성민은 월드리그에 출전해 세계적인 강서버들을 제치고 서브 1위를 차지했다. 서브 스피드를 겨루는 V리그 올스타전 서브왕 콘테스트에서도 두 차례나 우승했다. 최고기록(2012~13시즌·시속 122㎞)의 주인공 역시 문성민이다.

문성민의 서브 위력은 올시즌에도 여전하다. 지난 시즌 세트당 서브에이스 0.293개(5위)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 시즌엔 0.512개(2위)다. 1위 가스파리니(대한항공·0.590개), 3위 파다르(우리카드·0.494개)와 수위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지난달 21일에는 프로배구 남자부 최초로 개인통산 200서브득점 고지(9일 현재 217개)에 올랐다.

체격·탄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루는 문성민의 강서브. 그 비결은 뭘까.

먼저 서브를 위해 공을 위로 던지는 토스다. 문성민은 “토스(의 중요성)가 90% 이상이다. 토스가 잘됐다는 느낌이 오면 부담 없이 때릴 수 있다. 토스만 따로 훈련하지 않지만, 서브 연습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토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다른 종목선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3년 전 리듬체조 선수 신수지(25·은퇴)를 초청해 토스를 배웠다. 리듬체조 볼 종목은 정확한 높이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공을 던지는 게 생명이다. 문성민은 남들보다 높은 최고 5m 높이로 토스를 올린다. 덕분에 더 강한 힘을 실을 수 있다.

문성민의 서브는 강하기만 한 게 아니다. 정확성도 탁월하다. 올 시즌 문성민의 서브 범실률은 17.8%에 불과하다. 가스파리니(29.2%)나 파다르(27.5%)보다 범실이 적다는 뜻이다. 정확성의 원천은 “루틴(routine)”이다. 루틴은 운동선수들이 반복하는 일정한 동작을 말한다.

서브를 넣기까지 문성민의 루틴은 크게 둘로 나뉜다. 서브를 위해 서브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첫번째고, 심판의 호각소리가 울린 이후 오른 소매를 걷어올리는 등 일정한 행동패턴이 두번째 루틴이다. 문성민은 “서브위치까지의 걸음수나 호흡, 세밀한 동작까지 항상 똑같이 한다. 그렇게 해야 여유가 생기고 좋은 서브를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는 문성민의 리듬을 끊기 위해 그의 서브 직전 작전타임을 부르기도 한다. 문성민은 “감이 좋은 날은 (작전타임으로) 흐름이 끊겨도 상관 없다. 컨디션이 나쁠 땐 강서브 대신 연타 서브로 전환한다. 내가 서브를 넣을 때 상대 선수들이 뒤로 물러날 때가 많아 연타가 효과적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최태웅 감독이 부임한 뒤 “업템포 1.0”이란 모토 아래 “스피드 배구”를 지향했다. 빠르고 화끈한 경기로 후반기에는 18연승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에게 져 준우승했다. “업템포 2.0”을 내세운 이번 시즌에도 현대캐피탈은 9일 현재 1위다. 2010~11시즌 데뷔한 문성민은 아직 현대캐피탈에서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고,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져서 속이 상했다. 올 시즌엔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게 문성민이 서브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안=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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