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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자살 유도, 혈전 녹여 혈액순환 돕는 천연 면역물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4월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미역을 건져 올리고 있다. 완도산 미역엔 면역기능이 뛰어난 후코이단이 풍부하다. [사진 해림후코이단]

지난해 4월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미역을 건져 올리고 있다. 완도산 미역엔 면역기능이 뛰어난 후코이단이 풍부하다. [사진 해림후코이단]

미역귀에 풍부한 후코이단

미역·다시마 같은 해조류에 ‘신(神)의 한 수’가 들어 있다. 바로 ‘후코이단(Fucoidan)’이라는 유익 물질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하고 피떡(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등 후코이단의 건강 기능 효과가 속속 밝혀지면서 새로운 천연면역물질로 떠오르고 있다.

후코이단이 든 미역귀.

후코이단이 든 미역귀.

후코이단은 해조류 중에서도 미역·다시마·톳 같은 갈조류(갈색을 띠는 해조류)의 끈적한 성분에 든 미량의 성분이다.

특히 미역의 생식기관인 미역귀(포자엽)에 후코이단이 풍부하다. 후코이단은 1913년 스웨덴 웁살라대의 킬린(Kylin) 박사가 갈조류를 연구하던 중 처음 발견했다.

이후 러시아·일본 등지에서 후속 연구를 통해 후코이단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전이를 막고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후코이단이 위암세포를 죽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산대 약학대학 박현수 교수팀은 사람의 위암세포에 농도를 달리한 후코이단 추출액을 떨어뜨린 후 암세포를 관찰했는데, 후코이단 농도가 진할수록 위암세포가 더 잘 사멸했다. 이 연구결과는 2011년 세계적 식품과학지인 ‘푸드 사이언스 저널’에 실렸다.

후코이단은 면역력을 높여 독감 백신이 더 잘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2013년 권위 있는 영양학술지인 ‘뉴트리션 저널’에 따르면 60세 이상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후코이단 과립제를 먹은 그룹과 먹지 않은 그룹에 백신을 접종한 후 항체 활성화 결과를 분석했는데, 후코이단을 먹은 그룹이 먹지 않은 그룹보다 항체가 더 활발히 움직였고 면역세포(NK세포)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면역력 키워 독감 백신 효율성 높여

후코이단이 어떤 기전으로 강력한 면역기능을 발휘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학계에선 후코이단의 독특한 화학구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후코이단은 당(糖) 성분이 길게 이어진 다당류의 식이섬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당 사슬에 ‘황산기(SO4)’가 붙어 있다.

내과전문의 장석원(서울내과) 원장은 “당에 황산이 많이 붙을수록 면역기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당 사슬이 길게 이어진 구조(고분자)는 면역력을 높이고, 비교적 짧게 이어진 구조(저분자)는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또 후코이단은 피떡을 녹여 혈액순환을 돕는다. 이 때문에 수술 전후엔 후코이단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 혈액 응고를 막을 수 있어서다.

국내에선 전남 완도에서 자란 미역에서 추출한 후코이단 제품이 나와 있다. 완도산 미역은 미역귀가 크고 후코이단이 풍부하다. 국내 대표적인 후코이단 전문 기업인 해림후코이단은 후코이단을 혼합음료 제품으로 선보였다. 현재 이 회사는 후코이단을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정원료로 허가받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

“전립샘암 투병 때 후코이단 덕 봤죠”

[인터뷰] 해림후코이단 이정식 대표

해림후코이단 이정식 대표.

해림후코이단 이정식 대표.

해림후코이단은 2005년 해양수산부·전라남도·완도군이 30억원을 투자한 후코이단 가공공장 건립 프로젝트의 단독 사업자로 선정돼 설립됐다. 연매출 3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키워낸 이정식(75·사진) 대표는 지난 40년간 미역과의 끈끈한 인연을 이어 온 미역 베테랑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후코이단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1977년부터 미역 가공품을 일본 등 해외에 대량 수출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03년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그 무렵 일본에서 미역·다시마 등 갈조류 속 후코이단이라는 물질이 암세포를 죽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본·호주·미국에서 후코이단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미역과 한평생을 보낸 만큼 미역 속 후코이단을 제품으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때마침 2005년 정부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해림후코이단을 설립했다.”

-후코이단 효능을 체험했다고 들었는데.

“후코이단 제품 출시를 앞둔 2007년 전립샘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수술 후 경과가 좋지 않아 삶을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항암물질로 소문난 후코이단을 만들면서 암 때문에 죽는다는 게 억울했다. 그날부터 후코이단 추출액을 매일 세 잔 이상 마셨다. 생활습관도 개선했다.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피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했다. 운동도 병행했다. 5년 뒤 전립샘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후코이단이 암 극복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의 후코이단 제품의 강점은.

“전남 완도에서 자란 미역에서 후코이단을 추출한다. 완도산 미역은 일본이나 남태평양에서 자란 갈조류보다 후코이단이 풍부하다. 알코올을 넣지 않고 물만 사용해 황산기가 높은 후코이단을 순수 추출한다. 지난해엔 후코이단의 분자량을 구분해 내는 멤브레인 설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당 사슬이 길거나 짧은 구조를 골고루 만들어낸다. 후코이단이 약은 아닌데도 암환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다. 대표 제품인 ‘후코아셀’은 690mL 한 병당 순수 후코이단 가루가 36g이나 든 고농축 혼합음료다. 물미역 12㎏에서 추출할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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