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해진 한국 민주주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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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31면

그리스 아테네 프닉스(Pnyx) 언덕에서 탄생한 민주주의는 아직도 진화 중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하늘에서 하루 만에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발전한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고만 외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여러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취미에도 시간을 들여야 하듯 민주주의 의식을 갖기 위해서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좀더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개념이다. 그런 과정은 지역마다, 민족마다 다르다. 그러면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현대적 의미로서의 한국 민주화 과정을 살펴보자. 민주주의의 씨앗은 3·1운동에서 뿌려졌다고 생각한다.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6·25 전쟁의 종전으로 한국 민주주의는 비로소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아이들이 태어날 때 몸이 약해서 쉽게 병에 걸리듯이, 이승만 정부 말기에 한국 민주주의 역시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때 4·19 혁명 같은 수술을 받아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6·10 민주화 항쟁으로 다시 큰 수술을 받고서야 완전히 민정으로 넘어갔다. 이후 군사 정부 시절의 핵심 인사들이 재판을 받기도 했고, 진보 진영 출신 정치인들이 대선에서 승리를 얻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90년대 들어 진정한 민주주의로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2016년을 마치고 2017년에 들어간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떤 상태인가.


최순실 게이트를 맞아 한국은 또다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본다. 국정 농단 청문회에서 집권당 의원들은 보수·진보의 갈등을 넘어 사태의 본질을 캐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폈다. '민주주의의 그림'이라고 할 만한 장면이 지난달 31일 저녁에 그려졌다.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시위자들이 “대통령 하야”라고 외치고 있는데, 바로 인근에서 탄핵 반대 시위자들이 “탄핵 무효”라고 외쳤다. 양측 간의 충돌은 없었다. 이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탄핵 찬성 여론이 78%나 되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음에 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세력이 아무렇지 않고, 편하게 시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법 앞에서 모두 평등하고 언론이 투명함을 감시하는 한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발전할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2017년에 보다 더 든든해졌다. ‘한강의 기적’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뿐만 아니고, 민주화부분에서도 많은 나라들에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


알파고 시나씨하베르 코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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