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망원동 물난리 "인재냐…천재냐…" 손배소송 2년째 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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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망원동수재민(84년9월2일발생)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3년째 끌어 대표적인 늑장재판으로 법조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수재민1만7천여가구중 22가구가 낸 이소송의 선고공판기일이 민법상손해배상청구시효(87년9월1일)인 3년을 1주일 앞둔 8욀26일로 잡혀 이사건의 판결결과를 지켜본뒤 소송을 내려던 대부분의 수재민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막히게됐다.
이사건 재판은 그동안 32차례의 공판, 11차례의 현장검증, 2차례의 결심끝에 선고날짜가 잡혔으나 피고 서울시측이 수해원인규명을 위해 사고유수지 모형제작등을 구실로 잇달아 재판재개신청을 내는 바람에 지금까지 연기됐으며 법조계에서는 서울시의 지연작전에 재판부가 말려든 것으로 지적하고있다.
이상수변호사는 통상 민사사건의 경우 길어봐야 1년이고 입증이 어렵기로 정평이 난 진해앞바다 오염관계 공해소송도 대법원확정판결까지 3년이 안걸렸다고 밝히고, 서울시측이 어떤 이유를 내세울지는 모르지만 권위있는 감정기관에 의해 이미 결론이 났음에도 3년여간 계속 재판을 연장시켜왔다는 것은 손해배상을 하지않기 위해 재판을 늦추려는 의도적인 처사로 볼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변호사는 재판부도 이미 2차례나 결심을 했으면서 서울시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집단피해사건인 만큼 그에 대처하는 소송제기도 상호공동보조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시효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선고기일을 잡은것은 수재민들의 피해구제의 길을 막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밝혔다.
◇소송=84년9월2일 서울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망원동일대 1만7천여가구가 침수, 수재민 한정자씨(33·서울망원동395)등 5가구주민들은 같은 해 10월정일 서울시와 현대건설을 상대로 수문관리상의 잘못을 이유로 9천3백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씨에 이어 수재민 17가구가 소송을 내 현재 서울민사지법에는 4건에 22가구가 제기한 소송이 계류중이다.
◇다툼=원고인 수재민들과 피고 서울시측등은 관리잘못의 인재냐 아니면 불가항력의 천재냐를 두고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원고측은 85년7월 연세대 이원환교수팀으로부터 『부실설계및 부실공사』란 감정을 받아낸후 토목공학회등 3곳으로부터 『인재에의한것』이라는 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서울시측은 고대최영박교수에게 감정을 맡겨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가 더 큰 이유』라는 상반된 결론을 제시하면서 수재원인이 천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늑장 재판=첫 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합의14부(재판장 김성만부장판사)는 86년4월 결심을 하고 결론을 내려했으나 법관인사로 담당이 바뀌었고 뒤이어 신명균부장판사가 심리를 맡아 같은해7월16일 선고날짜를 잡았으나 서울시측이 또다시 사고원인규명을 이유로 변론재개신청을 내 공판이 10차례에 걸쳐 공전되기 시작했다.
서울시측은 공판이 재개되자 토목기술자들의 진술및 사고유수지 모형제작을 위해 시간을 줄것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진술만을 들은 뒤 모형제작의 필요성신청을 기각, 재판은 서류상의 감정절차가 되풀이되는 가운데 지난 6월24일에야 결심이 됐고 오는8월26일로 선고날짜가 잡혔다.
◇변호인측주장=원고측소송대리인인 박승서·조영내변호사등은 『통상 민사재판의 경우 6개월이면 결론이 나게 마련인데 명백한 감정결과가 나왔는데도 재판을 3년여 끌어온 것은 민법상 건축물이나 구조물의 설계및 공사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시효가 3년임을 감안할때 다른 피해자들이 소송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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