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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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은 요즘 한 젊은 영웅을 탄생시켰다. 갈색 머리에 움푹 파인 눈, 우수에 찬듯한, 그러나 신념이 넘친 얼굴, 10여개의 훈장이 달러있는 군복에 계급은 해병 중령.
TV화면에서 그의 얼굴을 본 미국인은 5천5백만명이며, 그를위한 모금이 잠깐사이에 10만달러가 넘었다. 자동차 범퍼에, 사람들의 가슴에 붙일 그의 얼굴 스티커와 메달이 모자라 법석이 났다. 그의 인형주문이 한국에까지 밀려왔다.
슈퍼 스타, 국민의 영웅, 대중의 영웅, 「맥아더」장군이래 가장 극적인 영향을 준 군인, 워싱턴 포스트, 뉴욕타임즈, 뉴스위크, 타임등 미국의 매스컴들은 있는 찬사는 다 붙였다. 드디어 CBS 앵커맨 「댄·래더」는 이 「영웅」이 대통령지망 「잭·켐픈의원(공)」의 러닝 메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전보를 받았노라고까지 얘기했다. 「B·돌」상원의원은 『농담이지만…』이라는 농담 아닌 단서를 붙여 그 영웅과 동일 타킷으로 대통령후보에 나서는 것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가 젊은 공화당원들로부터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문제의 사나이는 올해 43세의「올리버·노든」 미 국가안전보강회의(NSC)의 군정부 차장으로 「이란 콘트라」 비밀공작의 주역이었다.
초법적인 이 사건에 「레이건」대통령이 관여됐는지, 안됐는지를 규명하는 상하 양원 특별조사위청문회에서 그는 꼬박 6일동안 증언했다.
미국인들은 그의 증언에 매료되어 그만 넋을 잃고 「영웅」호칭을 서슴지 않았다. ABC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가 자기 방어를 썩 잘해냈다고 믿는 미국국민이 75%, 악한 아닌 희생자라고 평한 사람이 64%.
「노든 중령」이 옳은지 그른지는 미국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
우리의 흥미와 관심은 미국사람이 생각하는 영웅의 조건이다. 진지한 애국심, 가치관, 개성, 신념에 찬 언어구사력, 자세, 웃사람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정직.
한 시대의 변혁이 일어나도 누구 하나 언뜻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도 영웅의 대접을 받을텐데, 「노드」는 미국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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