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최경희 전 총장, 최순실과 수십차례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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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최경희(55) 전 이화여대 총장이 수십 차례 통화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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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최씨를 정유라 학생 어머니로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말하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5일 “최 전 총장이 최순실씨와 통화한 기록이 잔뜩 나왔다”고 말했다. 통화 내역은 1년이 보관 연한이어서 2016년 분의 통화 내용이다. 특검팀은 최씨의 청문회 발언에 대해 위증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이르면 다음 주쯤 최 전 총장을 직접 불러 최씨와의 관계를 비롯해 제기된 여러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청문회서 “두 번 만남이 전부” 주장
위증 혐의 검토…내주 소환 조사
정유라 담장 없는 구치소 수감 중
덴마크 검찰에 ‘정씨 결백’ 문자 폭탄

특검팀은 이날 남궁곤(56)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을 소환조사했다. 그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 때 면접 평가위원 교수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업무방해) 등을 받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상당한 혐의가 있어 피의자로 소환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정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 비리가 ‘최 전 총장(지시 또는 승인)→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설계)→남궁곤 전 입학처장(집행)’으로 연결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화여대 비리 의혹의 당사자인 정유라씨는 올보르의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인구 15만 명의 소도시 올보르엔 밤새 내린 눈이 쌓였다. 올보르 구치소는 한국과 달리 높은 담장이나 쇠창살이 없는 일반 주택과 비슷하다. 오래된 유럽풍의 벽돌 건물로 야트막한 나무 담장이 둘러져 있다. 건물 벽에 ‘감옥 입구’라고 적힌 작은 푯말이 붙어 있다. 온종일 경적 소리 한 번 듣기 힘든 평온한 도시는 정씨 취재를 위해 몰려든 한국 취재진으로 시끌벅적해졌다. 정씨를 체포한 노욜란드 경찰서 로비는 취재진이 진을 쳤다. 현지 한인은 30 명뿐인 곳인데 경찰서 로비에 한국 기자가 진을 치고 앉은 모습이 일상이 됐다. 정씨의 집 앞에서 만난 주민은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경찰이 네 번이나 출동해 주변을 정리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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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검찰청 공보관에게 한국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의 전화번호가 알려져 ‘일베’ 사이트에서는 덴마크에 항의 문자를 보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유라는 결백하다(She is a very innocent girl)” “한국 검찰과 한국 언론은 전부 믿지 말라”는 내용 등이다. 사이먼 고스비 공보관은 기자와 통화하면서도 “기자냐, 일반 시민이냐”고 되물었다.

덴마크 올보르=이현 기자, 문현경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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