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는 독일에서 홈어드벤티지를 안고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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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한국팀은 프랑스, 스위스, 토고와 함께 G조에 편성됐다. 조편성 이후 “비교적 무난하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독일월드컵은 2002년과 달리 원정이라는 점은 주요 변수로 제기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홈 관중의 강력한 응원을 등에 업고 경기를 치뤘다. 준결승에서 만난 독일의 푈러 감독은 경기 후 “전반에는 응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홈 관중의 응원은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반면에 G조의 다른 국가들은 사실상 홈이나 다름없다. 프랑스와 스위스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국민들이 대거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입장권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한국팀은 가뿐하게 국경을 넘어 온 수만의 오렌지 응원단과 상대해야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프리카의 토고 역시 한국보다 훨씬 상황이 좋다. 유럽의 열혈 서포터들은 국가가 아닌 소속 클럽 위주의 응원을 펼친다. 따라서 토고 선수들이 속한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의 클럽 서포터들이 토고를 위해 경기장을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월드컵에서 클럽 선수를 따라와 응원하는 서포터라면 적극적인 응원을 펼치는 골수 서포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서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만, 유럽이나 남미 서포터에게는 그다지 낮선 일도 아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마라도나의 소속팀 이탈리아 나폴리의 일부 서포터는 마라도나가 속한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이들은 심지어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때에도 아르헨티나를 연호했다. 일본 국가대표 감독 지코는 독일월드컵에서 조국 브라질과 일본이 같은 조에서 경기를 갖게 되자 “내가 뛰었던 상파울루 서포터들은 일본을 성원할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일월드컵 때 한국 선수가 뛰었던 일본 클럽의 일부 서포터들은 일본의 경기가 아닌 한국의 경기를 찾았다. 한발 더 나아가 중립적인 관중들도 전 대회 4강인 ‘강팀’ 한국보다는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토고’의 이변을 기대하며 더욱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토고 선수들 중 1급 리그의 1급 선수가 없어서 열혈 서포터가 따라 붙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거치며 프랑스에 자리잡은 토고 출신 이민자들은 축구장에서 ‘한풀이 마당’을 벌일지 모른다.

결국 한국의 조별리그에서 3개의 홈팀과 경기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정에서 성적이 진정한 성적이다. 무수한 야유와 일방적 응원 속에서 제기량을 발휘하는 프로정신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2002년 4강 성적은 ‘심판매수’, ‘오심’, ‘일방적인 응원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한국 축구를 폄하하는 ‘한국 축구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신동민
- 붉은악마 고문
- <축구 서포터즈, 그리고 붉은악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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