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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60대 모두 능력보다 도덕성, 서민형 리더십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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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20대 유권자가 바라는 차기 대통령은 ‘도덕성을 갖춘 서민형 진보주의자’였다.

세대별로 본 차기 대통령상
20대 취업난에 혁신·안정 비슷하게 추구
60대 이상은 혁신보다 안정에 더 무게
“이념보다 현실 생활 직결된 정책 펴야”

반면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바라는 대통령은 ‘안정을 추구하는 능력 있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유권자들은 ‘진보와 보수’ 중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 80.1%가 진보 대통령을 선택했다. 보수 대통령을 선호한 비율은 15.2%였다. 진보 대통령을 요구한 비율이 80%를 넘은 건 20대가 유일하다. 진보를 선택한 비율은 30대도 79.8%에 달했다. 진보를 선호한 비율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낮아졌다. 그러나 50대도 57%가 진보 대통령을 원한다고 답했다.

20대는 혁신(56.6%)을 원하면서도 안정(40.3%)을 동시에 요구했다. 20대가 처한 극심한 취업난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대는 3040세대에 비해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는 심리를 보였다. 여론 중시형 대통령(56.6%)을 선호했지만 카리스마형 대통령을 꼽은 응답자도 40.3%가 나왔다. 아버지형과 어머니형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에선 아버지형에 대한 요구가 65.6%, 어머니형에 대한 요구가 23%였다.

그러면서도 서민적 대통령과 엘리트형 대통령 중 서민형(70.9%)을 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엘리트형에 대해선 25.9%가 선호했다. 다만 엘리트형에 대한 요구는 15.4%에 그친 30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규섭(정치커뮤니케이션) 서울대 교수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경제위기론에 동조해 20대가 급격히 보수화된 전례가 있다”며 “20대는 이념적 진보를 학습한 30~40대와 달리 현재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반감을 진보로 표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선거에서 일자리 해결 등 젊은 층에게 직결된 정책 능력에 따라 표심이 급격히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덕성과 능력’ 중엔 20~40대 모두 70% 이상이 도덕성을 꼽았다. 20대는 71.1%, 30대 80.8%, 40대 73.3%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유권자도 대통령에게 필요한 리더십으로 능력보다 도덕성(51.6%)을 꼽았다. 능력을 도덕성보다 중요하게 본 응답은 44.7%였다. 해당 질문에 대한 50대 응답은 도덕성 55.0%, 능력 40.7%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에서는 혁신과 안정 중에서 61.5%가 안정을 더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모든 연령대 가운데 안정이 혁신보다 높게 나타난 연령층은 60대 이상이 유일했다. 50대에서도 안정(43.6%)보다 혁신(51.7%)이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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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정당에 대해 강한 지지를 보여온 60대 이상 유권자들은 여전히 보수 대통령을 원한다는 대답이 46.1%로 많았다. 하지만 ‘진보적 대통령을 원한다’는 응답도 36%가 나왔다. 60대 이상 유권자들도 참신한 대통령(53.3%)을 경륜 있는 대통령(39%)보다 선호했고, 엘리트형(23.5%)보다 서민형(62.2%) 대통령을 원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김용철(정치학) 부산대 교수는 “장년층에서도 과거 선거의 핵심 프레임이던 이념 문제보다 실생활의 안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보수 진영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이념전으로 전선을 몰고 갔다간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년특집 여론조사 조사개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지난해 12월 28~29일 지역·성·연령 기준 할당추출법에 따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유선 311명, 무선 689명)에게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은 24.3%(유선 21.4, 무선 2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