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요규제완화 "바람"|공윤, 심의에 융통성…금지곡 거의 해금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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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화·가요계등 대중문화분야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일고 있다. 영화심의가 대폭완화되고 금지곡들이 대부분 해금될 전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공연윤리의원회의 이령선위원장은 4일 『미국영화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게됨에 따라 우리 영화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해 얼마전부터 심의를 상당히 완화해왔다』고 밝히고 『그러나 최근 시국의 민주화에 발맞춰 앞으로 더욱 완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영화심의에 있어서 민의를 수렴하기 위해 각계 원로인사들로 영화심의 자문기구를 구성, 이들의 의견에 적극 따를 예정이라는 것. 이 위원장은 그러나 심의기준 자체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고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서 융통성을 두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명백한 반국가적·반사회적 영화나 저질 외설·폭력영화등은 앞으로도 엄격히 규제하겠지만 작품성이 우수한 영화는 소재나 표현을 대폭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같은 심의완화의 한 실례로 최근의 영화 『플래툰』 경우를 들었다.
이 영화는 전쟁중의 병사가 동료·상관을 사살하는 장면이라든지 마리화나를 복용하는 장면등 터부시되어온 장면이 들어있고. 전반적인 색채가 반전영화로서 그동안 수입해서는 안될 영화로 판단되었었으나 최근의 완화조치에 따라 과감히 허가해 주었다는 것. 게다가 내용심의 과정에서 또한 커트도 손질이 없이 무수정통과 되었음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또 영화의 수준만 높다면 어느정도의 사회비판적 내용도 받아들일 뜻을 비쳤다.
영화계는 공륜의 이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1년여동안 공륜의 경직된 심의에 대해 큰 반발을 보여왔다.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정진자)는 오는 8일하오 서울 명동 YWCA강당에서 영화인대회를 열고 다시 ▲소재개방과 표현자유 ▲시나리오 심의 철폐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륜의 이같은 완화조치가 시행되면 공륜과 영화계의 대립도 점차 대화와 타협으로 물러질 전망이다.
정이사장도 이번 대회를 남궁원 부이사장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앉는등 공륜과의 대립에서 첨예화를 피하고있다. 그는 나아가 『곧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본연의 감독으로 들아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륜은 지난 65년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묶여있는 금지가요 1천2백여곡을 재번, 대폭 해금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금지곡들의 대부분이 80년대이전에 긴급조치로 묶인것들로 현시점에서 판단할때 어색한 것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차제에 이를 현시점에 맞게 재평가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예컨대 이미자씨의 히트곡 『동백아가씨』『섬마을 선생님』등을 지금도 묶어둔다는 것은 시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료를 자세히 분석해보아야 알겠지만 대부분 해금될 것으로 내다봤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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