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사죄 … 달라진 황 교수 회견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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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반성하는 태도로 동정론을 유발했다. 두 번째 회견 때는 단호하게 줄기세포 '바꿔치기'를 주장했다. 세 번째 회견엔 '증인'으로 연구원들을 내세워 숙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사과와 강공, 그리고 변명=지난해 연구원 난자 제공 사실을 시인했던 11월 24일의 첫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는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까지 매고 나왔다. 그는 목이 멘 소리로 '사과, 속죄, 송구, 참담, 반성과 후회, 미숙과 옹졸, 환골탈태, 부끄럽다…' 등 다양한 단어를 동원해 사과했다. 그러나 논문 조작 등 다른 의혹에 대해선 "너무나 황당한 루머"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12월 7일엔 탈진과 수면부족으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 수염조차 깎지 못한 초췌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12월 16일의 기자회견 표정은 냉정하고 단호했다. 그는 거의 사실로 드러난 논문의 사진과 데이터 조작 부분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인위적인 실수가 있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시인했다. '조작'이라는 고의적 행위를 '실수'로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이라는 모순된 용어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진위 논란에 대해 황 교수는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황 교수의 12일 기자회견에선 서울대 연구원 20여 명을 황 교수의 뒤에 배석시켰다. 황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구원들이 직접 답변토록 했다. 황 교수는 "(연구원들이)'선생님이 가시는 길이 지옥이라면 그곳까지도 같이하겠다'고 한다"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논문 조작에 대해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겐 줄기세포를 배양해 본 경험이 없었고, 배양 과정에 있는 중간단계 (줄기세포의) 진실성을 진단할 만큼 안목이 없었다"며 김선종 연구원 등의 말을 믿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 "아, 대한민국!"=황 교수는 매번 자신의 성실한 연구 태도와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매일 오전 6시5분이면 어김없이 연구 핵심요원들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희 실험실에 모여" 실험을 했다고 했고, 첫 번째 부인과 이혼을 하게 된 이유가 학문 때문이라는 말까지 했다. 황 교수는 12일 "가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학문에… 던지고 싶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중간에 말을 멈추기도 했다.

특히 '대한민국'이란 단어는 매번 빠지지 않았다. 황 교수는 "세계 여러분들이 찾아오셔서 이(줄기세포)를 보여드려 그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나왔을 때 저는 '우리 대한민국도 해낼 수 있구나' 하는 민족적 자신감을 맛보았다"(11월 24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국민 여러분이 확인할 것"(12월 23일), "오직 이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없을까 그것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1월 12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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