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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국민연금 추납 봇물…27일 새 1만7600명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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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59·여)씨는 28일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방문해 5년2개월치 보험료(약 380만원)를 한꺼번에 납부했다.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2007년 재입사할 때까지 공백기간의 보험료를 낸 것이다. 이렇게 추납을 하면 박씨가 나중에 받게 될 국민연금액이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박씨는 공백기간의 보험료를 다시 낼 길이 없었다. 당시 남편(62)이 회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박씨가 국민연금 적용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이런 제한이 풀리면서 보험료를 추후 납부(추납)할 수 있었다. 박씨는 덕분에 월 연금이 26만4000원(추납 전 18만2000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는 “제도가 바뀌었다고 언니가 알려줘서 바로 지사를 찾아가 추납했다”며 “과거 보험료를 다 내고 연금을 더 탈 수 있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380만원 더 내면 연금 8만원 늘어
하루 평균 가입자 수 예년의 4배

지난달 30일부터 허용된 전업주부 추납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27일 추납 신청자는 1만7643명이다. 하루 평균(근무일 기준) 929명이 몰린다. 2012~2015년 12월 하루 평균(218명)의 네 배가 넘는다.

김기남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과장은 “올 12월 추납 신청자 중 제도 변경 적용을 받은 사람은 1만10000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추납자의 86%가 50~60대이며 특히 여성이 71%로 많다. 60대가 7022명에 달한다. 원래 만 59세까지만 연금 의무 가입대상이지만 60세를 넘어서도 임의로 계속 가입할 수 있다. 연금수령 최소가입기간(10년)을 못 채운 사람들이다. 제도가 바뀌면서 과거 보험료를 추납할 수 있게 되자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대표되는 전업주부는 국민연금에서 차별을 받아왔다. <본지 2010년 10월 7일자 22면> 과거 보험료를 납부한 적이 있어도 전업주부냐 미혼자냐에 따라 대우가 갈렸다. 전업주부는 과거의 보험료를 추납할 길이 없었다. 배우자(주로 남편) 연금에 기대서 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라도 미혼자나 이혼자는 추납이 가능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수차례 제기됐는데도 법률 개정이 미뤄지다 6년여 만에 바뀐 것이다. 김기남 과장은 “보험료 대비 노후연금 비율(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계속 내려가기 때문에 추납을 하려면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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