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위험 노출,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 79조 ‘부실 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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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도 낮고 소득도 낮은데 3곳 넘는 금융사에서 빚을 돌려막고 있는 사람은 전체 대출자의 8%를 차지했다. 이들이 지고 있는 빚은 78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리가 더 오르면 터질 수 있는 ‘부실 뇌관’이다. 민간에서 지고 있는 빚이 한 해 국내총생산(GDP)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한국은행이 이런 내용의 금융안정보고서를 27일 국회에 제출했다.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매년 두 번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내야 한다. 이날 나온 건 지난 6월호에 이은 12월호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신용등급 하위 30%(10등급 가운데 7~10등급) ▶소득 하위 30%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다중채무자)이 빚이 있는 사람 가운데 8%다. 국내 약 100만 명의 대출 정보를 추린 결과다. 한은은 저신용ㆍ저소득ㆍ다중채무자가 진 빚의 규모를 78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취약 대출자 통계를 한은에서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저신용ㆍ저소득ㆍ다중채무 차주는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비은행을 여타 차주보다 많이 이용한다”며 “대출 금리 상승은 이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상환 부담을 증대시키고 관련 대출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말했다. 신용등급 7~10등급에 속한 사람의 연체율은 16.7%, 소득 하위 30%의 연체율은 2.6%다. 전체 평균 1.5%를 크게 웃돈다.

국내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 3분기 71.6%였다.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62.4%였지만 신용대출을 비롯한 기타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은 95.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가 상호금융사와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에 지고 있는 빚이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와 기업이 안고 있는 빚도 연간 국내총생산의 2배 규모로 늘었다. 한은 통계를 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부채 합계) 비율은 올 3분기 197.8%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194.4%에서 3.4%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한은은 대출 금리 상승이 국내 금융사 기반을 무너뜨리는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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