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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025년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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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영환 도쿄총국장

오영환
도쿄총국장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네 명 중 한 명을 넘는다. 지난해 10월 현재 3342만 명으로 전체 인구(1억2711만 명)의 26.7%다. 북한 인구(2511만 명)보다 훨씬 많고 캐나다(3536만 명)와 맞먹는 규모다. 전후 베이비 붐 세대(단카이 세대)가 65세 이상을 넘으면서다. 1947~49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는 약 800만 명이다. 일본은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빠르다. 70년 7%이던 65세 이상 비율이 24년 만인 94년 14%가 됐다. 7%는 고령화 사회, 14%는 고령 사회의 척도다. 프랑스가 115년, 스웨덴이 85년, 영국이 47년 걸려 두 배가 된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금까지 고령화 문제는 주로 속도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고령화 문제는 지금 새로운 두통거리를 안고 있다.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급증 추세 때문이다.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는 2025년에는 후기 고령자가 전체의 18%나 된다. 일본인 평균 수명은 남성 81세, 여성 87세다. 의료·요양 수요와 복지 예산이 한꺼번에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계나 언론계가 경종을 울리기 시작한 이른바 ‘2025년 문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의료·요양 시설 부족이다. 병상이 모자라 고령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국 병상수는 134만 개이지만 9년 후에는 하루 입원 환자수가 138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노인 요양 시설도 한 가지다. 지금도 특별요양 노인홈 입주 대기자는 52만 명 정도다. 여기에 2025년에는 요양시설의 돌보미도 38만 명이나 모자란다는 분석도 있다. 부모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봐야 하는 상황도 맞는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가구 수가 1840만이나 된다. 독신 가구 수도 701만이다. 요양 위기, 요양 난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후기 고령자 증가는 정부 재정을 압박한다. 국민 의료비는 현재 연간 40조 엔(약 410조원)을 넘어 우리나라 예산과 비슷하다. 2025년엔 52조 엔으로 부풀어 오른다. 요양 예산은 10조 엔에서 21조 엔으로 두 배가 된다. 생산연령 인구는 감소하는데 복지 비용은 늘어나는 암울한 구조다. 초고령 사회는 치매 확대를 동반한다. 2010년 280만 명이던 치매 고령자는 2025년 47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2025년 문제에는 일본 정부·지자체·의료계가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의 1억 총활약사회나 지방 창생의 거대 비전은 이와도 맞물려 있다. 고소득 고령자의 의료·요양 보험료 인상을 축으로 한 보험제도 개혁, 부모 요양을 위한 직장인 이직 제로(0) 대책, 의료·요양 서비스의 결합, 재택 의료 확대, 빈집 거주자 보조 등 구체적 정책은 끝이 없다. 일본의 2025년 문제는 지구상 어느 나라도 겪지 못했다. 일본이 이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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