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연구원, 김정은 남북정상회담 제의 가능성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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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산하 연구기관 정세 평가 및 전망
2017년 북한 전망 7대 관전 포인트

 국정원 산하 연구원은 북한이 내년 하반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주 “2016년도 정세평가 및 2017년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내년도 북한정세를 전망했다. 지난 23일 공개활동을 시작한 태영호 전 북한 공사와 같은 고위급 탈북자들이 근무한다고 알려진 곳이다.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다. [사진 중앙포토]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했다. [사진 중앙포토]

  보고서는 2017년을 전망하면서 7대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김정은 신년사’, ‘핵능력 고도화’, ‘김정은 우상화’, ‘권력층 세대교체’, ‘체제 내구력 및 주민의식 변화’, ‘남북대화 및 북미접촉’ 그리고 ‘대남도발 및 한국대선 개입’ 등이 나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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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전반기에 대화분위기 조성할 듯
 북ㆍ미 대화 무산되면 후반기 공세전환 전망
 출구전략으로 남북정상회담 전격 제의할 수도

  김정은의 방중 가능성을 지적해 눈에 띈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미ㆍ중 패권 경쟁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과격한 표현은 당분간 자제하고 대미비난은 가속화하면서 중국의 편을 들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북한이 내년도 전반기에는 평화공세로 대화국면을 조성할 것으로 보았다. 다만, 여의치 않을 경우 후반기에는 대북 제재국면을 남북대결 국면으로 전환하는 ‘게임 체인지’ 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대화가 어렵고 대북제재 국면도 지속 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출구전략으로 전격 제의할 수 있다고 한다. 국책연구원의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문제 해결을 중국과 한국에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이 대화를 거절할 경우 북한은 결국 한국 또는 중국과 먼저 만나고 북미대화의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올해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를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시험발사 후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은 올해 8월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를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시험발사 후 “성공 중의 성공, 승리 중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핵능력 과시할 수도
 핵무기 소형화 진전, 실전배치 임박

그럼에도 남북대화 가능성을 높게만 볼 수는 없다. 보고서는 북한이 평화공세를 하면서도 도발을 병행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에게는 내년 상반기가 핵실험을 통한 핵무기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에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가 상반기를 넘겨야 행정부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안보부서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완료하려면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핵탄두 모형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핵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목표를 상당한 수준까지 달성한 것으로 평가했다. 스커드ㆍ노동 미사일에 우선적으로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2020년까지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실전배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생일 35돌 맞아 기념일 지정할까?
 2017년 북한 달력 특별한 표기는 없어

   북한의 국내정치를 전망하면서 김정은 우상화를 주목했다. 김정은 우상화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을 기념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사실 1984년에 태어났지만 김일성(1912년), 김정일(1942년) 생일과 주기를 맞추기 위해 1982년에 내어났다고 북한 당국은 주장한다. 북한 달력은 태양절로 불리는 김일성 생일과 광명성절로 기념되는 김정일 생일을 붉은색으로 표기한다.
 북한의  ‘조선출판물수출입사’에서 최근 발행한 내년도 북한 달력을 보면 1월 8일을 붉은색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8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붉은색으로 표기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생일 2월 16일을 보면 붉은색으로 표기했을 뿐 아니라 달력 여백에 설명까지 쓰여있다. 김일성 생일 4월 15일은 토요일이지만 붉은색으로 표기했고 별도 설명도 함께 있다.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달력에 표기된 것과 달리 북한 당국이 기념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권력의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은 2013년 12일 12일 특별군사재판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국가안전보위부 군관들이 장성택의 목덜미를 잡고 법정으로 압송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권력의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은 2013년 12일 12일 특별군사재판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국가안전보위부 군관들이 장성택의 목덜미를 잡고 법정으로 압송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공포통치 더욱 강화될 듯
 체제유지 때문에 시장 활성화 병행

 북한 관련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에게 아직 과시할 만한 통치 성과가 없어 개인 우상화는 어렵다”면서 “그런 이유로 내부 공포통치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도 공포통치 강화와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급부상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권력 핵심들이 ‘제2의 장성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공포통치 하나만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북한은 최근 김정일 사망 직후 축소했던 장마당을 활성화한다고 분석했다. 체제유지 차원에서 시장 확대를 활용한다는 전망이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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