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 '위문공연단 항공기' 흑해 추락…탑승자 전원 사망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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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NN 캡처]

[사진 CNN 캡처]

현지시간 25일 아침,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공항을 떠나 시리아 내 러시아 공군기지를 향하던 러 국방부 소속 Tu-154 항공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다.

추락한 항공기는 오전 5시 25분 이륙한 이후 2분만인 5시 27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장에 급파된 수색구조팀이 소치 인근 흑해상에서 항공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잔해는 소치의 흑해 연안에 1.5km 반경으로 흩어져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구조 당국은 잔해가 해저 80~110m 부근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추락한 항공기엔 시리아 내 위치한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연말연시 위문공연을 준비하던 군악대가 탑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항공기에 위문차 시리아로 향하던 알렉산드로프 앙상블(군악대)와 취재진 등이 탑승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91명으로 알려졌던 탑승 총 인원은 승객 84명과 승무원 8명 등 총 9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색·구조 인력이 크라스노다르 남부로 집결한 가운데 아직까지 희생자나 블랙박스 등의 발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륙 직후 안정화 상태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고가 발생했고, 잔해가 해안가에 흩어져 있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Tu-154 항공기 (가운데·추락한 Tu-154와 동일 기종)

Tu-154 항공기 (가운데·추락한 Tu-154와 동일 기종)

아직까지 명확한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RIA 통신은 익명의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항공기가 기술적 결함이나 파일럿의 실수 등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상원의 빅토르 오제로프 국방·안보위원회 위원장도 "러시아 영공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테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항공기가 추락 당시 조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이륙 직후 갑작스런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 일부 소식통은 인근의 철새 서식지가 위치한 만큼 항공기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는,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가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고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고 정확한 추락 원인을 조사중이다.

한편,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항공기가 1983년 생산 이후 6689시간을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정기 점검은 지난 9월, 수리는 2014년 12월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국방부 소속의 노후 항공기 추락 사고는 앞서 이달 초에도 발생했다. 39명을 태운 항공기가 소비에트 인근 공군 기지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는데, 당시 사고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32명이 부상을 입었다. 노후 항공기의 추락 사고가 잇따르면서 러 군용기에 대한 안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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