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완장 차고 깃발 행진…대만 중학교 파문

중앙일보

입력

23일 대만 광푸 중학 개교기념 행사서 한 학급 학생들이 독일 나치 군복을 입고 코스튬 플레이를 펼쳤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23일 대만 신주(新竹)시 광푸(光復) 중학교의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한 학급이 나치 군복을 입고 코스튬 플레이를 펼쳐 파문이 일고 있다고 대만시보가 25일 보도했다. 이날 학생들이 종이 상자를 이용해 만든 탱크에 히틀러로 분장한 남성이 나치식 거수를 한 채 행진하고, 탱크 뒤로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깃발과 완장을 찬 학생들이 뒤따르는 모습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과 영상을 통해 퍼졌다. 주대만 이스라엘 사무처는 즉각 유감 성명을 내고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사태가 커지자 판원중(潘文忠) 대만 교육부장과 청샤오밍(程曉銘) 교장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학교 측의 해명에 따르면 광푸중학은 해마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창의적인 코스튬 플레이를 펼쳤왔는데 올해 주제는 ‘국내외 역사 인물’로 정했다. 문제가 된 학급의 담임인 역사 교사는 애초 아랍을 주제로 제시했으나 학생들이 히틀러를 주장해 투표를 거쳐 히틀러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사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학살이나 우상숭배 등의 구호가 없어 학생들의 판단을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사무처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대만에서 이같이 판단력을 상실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무척 실망했다”며 강한 견책을 요구했다. 대만 총통부는 행정부에 즉각 사건 책임 소재를 조사한 뒤 관련 국가에 사과하도록 지시했다.

청샤오밍 광푸중 교장은 24일 “향후 역사 및 국제관 교육에 신중하고 강화하겠다”고 사과했다. 판원중 교육부장 역시 “국제사회에 사과하며 관계자를 해당국에 보내 해명하겠다”며 “다른 학교 역시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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