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박연차에게서 23만 달러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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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시사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이날 시사저널은 “복수의 인사들이 ‘반기문 총장이 2005년 외교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3만 달러 정도를 박 전 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2005년 5월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7명이 방한 했을 때,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 주최 환영 만찬이 한남동 공관에서 열렸다. 이날 만찬엔 박연차 회장도 주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초청 받았다고 한다. 이 행사가 열리기 직전 박 회장이 반 장관에게 돈을 줬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박 회장의 지인은 시사저널과 여러 차례 만나 ”‘박 회장이 나에게 직접 했던 말’이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반 총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의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대검 중앙수사부에서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시사저널은 보도했다.

박 전 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2008년 세금 탈루와 정ㆍ재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주요 인사들이 사법 처리된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현재 베트남 등에서 해외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 총장 측근은 시사저널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력 부인했다. 반 총장측은 이날 공식 해명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지난 2005년 5월 베트남 외교장관이 방한 했을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반 총장이 공관에서 환영 만찬을 열었고, 이 자리에 박 전 회장도 주한 베트남 명예 총영사 자격으로 초청받았다"며 "박 전 회장은 이날 만찬에 늦게 도착해 행사 중 반 총장과 따로 만난 사실이 없다. 이날 전까지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었고, 이후에도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 총장은 공직자 재임 중 어떤 금품도 받은 적 없다. 반 총장이 귀국하는 이 시점에 이같은 악의적 보도가 나오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앞으로 이런 황당무계한 음해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허구”라고 시사저널 측에 밝혔다.

한편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 검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당시 중수부 수사1과장으로 박 전 회장을 조사했다. 이 때문에 조사 과정에서 우 전 수석이 반 총장과 관련한 의혹을 박 전 회장으로부터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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