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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방문한 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정말 춥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38)가 한국을 찾았다.

파퀴아오는 23일 새벽 아내와 다섯 명의 자녀를 포함한 일가족 36명과 입국했다. 파퀴아오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 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는 24~25일에는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자선기부콘서트에 참석한다. 필리핀에서 가져온 소장품 100여점을 바자회에 내놓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 파퀴아오는 2013년 필리핀이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을 당시 피해지역을 찾아가서 이재민을 위로하고 당시 시합에서 받은 대전료 1800만 달러(약 192억원) 전액을 기부했다.

파퀴아오가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앞장서는 건 그가 빈민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이혼한 뒤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파퀴아오는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나왔다. 길거리에서 빵을 팔고, 막노동을 하며 하루 1~2달러(약 1000~2000원)를 벌었다. 15살 때 복싱을 시작한 그는 3년 만에 플라이급(50.80㎏) 타이틀을 따냈다. 이후 미국에 진출한 그는 명코치 프레드 로치를 만나 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하는 신화를 썼다.

파퀴아오는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39·미국)와 '세기의 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두 선수는 2009년부터 대결을 희망했으나 도핑과 대전료 문제 등으로 5년간 맞붙지 못했다. 지난해 극적으로 성사된 경기에서는 역대 최고 대전료인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걸고 싸웠고, 메이웨더가 12회 판정승을 거뒀다. 올해 초 은퇴를 선언했던 파퀴아오는 지난 11월 링으로 돌아와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에 올랐다. 통산전적은 59승(38KO) 2무 6패.

그의 또다른 직업은 국회의원이다. 하원의원으로 2선에 성공한 파퀴아오는 지난 4월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지난달 6일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전을 치러 WBO(세계복싱기구) 웰터급 챔피언이 됐지만 여전히 정치가로서 활동중이다. 스포츠 영웅인 그를 향한 국민들의 지지는 엄청나다. 5년 뒤 열리는 대선 후보로도 꼽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파퀴아오를 향해 "미래의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다음은 파퀴아오와의 1문1답.

한국에 온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첫 방문을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하다. 저를 응원해주고 반갑게 맞아줘서 감사하다. 가족과의 휴가를 위해서 왔다. 한국은 정말 춥다(웃음). 가족과 아이들이 한국에서 눈을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가수 싸이를 좋아하는데 초청을 받아 오늘 공연을 보러 갈 계획이다."
복싱 팬들은 메이웨더와 재대결을 바란다.
"물론 성사가 된다면 싸우고 싶다. 다음 경기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메이웨더와 협상은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다."
차기 대권주자로도 꼽힌다.
"대통령이 될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또한 복싱선수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다.
복싱과 정치가로서의 삶을 함께 살고 있다.
"정치와 복싱이 비슷한 점은 다른 이들과 투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소는 링과 사무실이라는 차이가 있다."
선수 생활은 얼마나 더 하고 싶은지.
"얼마나 더 복싱을 할 수 있을거라고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기회가 닿는다면 한국 프로복서들과 교류를 하고 싶다. 아직 복싱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세계적인 복서가 된 비결은.
"나 자신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게 장점이었다. 나는 많은 노력을 했다. 그게 내가 가진 자질이다."
자선 활동에 앞서고 있다.
"음식과 집,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는 가난했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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