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퇴근, 이렇게 어렵다니…생산성도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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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을 함께 돌보는데 가장 중요한 게 뭘까.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를 통틀어 두 명 중 한 명은 '정시퇴근'을 꼽았다. 장시간 근로가 만연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근무시간이 끝나고 두시간 정도 더 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7개 정부부처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로 구성된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가 지난달 14일부터 30일까지 기업 500곳,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결과다.

이에 따르면 기업(52.8%)과 근로자(53.5%) 모두 꼭 필요한 근무혁신으로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정시퇴근)'를 꼽았다. 근무혁신을 위해 정시퇴근을 권장하는 기업은 71.4%에 달했다. 그러나 가장 실천이 안 되는 근무혁신 항목(40.5%)이 정시퇴근이었다. 기업이든 근로자든 근무시간이 끝난 뒤 30분~2시간 이내에 퇴근하면 야근으로 인식하지 않는 비율이 50.2%에 달했다. 직급이 높을수록 퇴근 시간이 늦었다. 이도영 고용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장시간 근로가 관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응답자 가운데 74%는 퇴근 후에도 회사로부터 업무연락을 받는다고 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근로자도 많았다(59.6%). 그런데 급한 업무처리를 위해 퇴근 후 연락을 하는 경우는 42.2%였다. 나머지는 '생각났을 때 지시해야 마음이 편해서' '직원이 회사에 있을 것 같아서' 등 관행적인 경우였다. 정시퇴근이 정착하려면 상급자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인식을 갖고(59%), 사내 눈치(41%), 직장 내 괴롭힘(20%)이 없어져야 한다는 답이 많았다.

장시간 근로는 근로자의 피로를 누적시키고,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정시퇴근과 같은 근무혁신이 정착된 기업에선 생산성이 높아졌다(31.5%)고 답했다. 근로자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도 35.4%나 됐다.

민관협의회는 22일 내년에 최우선 과제로 정시퇴근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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