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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떠난 뒤…새누리 ‘보수 기반’ 강남3구 의원 0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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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주류 모임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27일 탈당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주류 모임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27일 탈당하기로 뜻을 모았다. [사진 강정현 기자]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5명이 21일 탈당을 결의하고 27일 집단 탈당계를 내기로 했다. ‘가칭 보수신당 창당준비위’(보수신당) 측은 “27일까지 중도지대 의원들을 설득해 동참하는 의원 수를 최대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신당파가 주말을 거쳐 세(勢)를 불려 40명을 넘을 경우 국민의당 의석(38)을 넘어 제3당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이 경우 민주당(121석)이 1당으로 올라서고 128석이던 새누리당은 80석 규모의 2당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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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탈당을 결의한 의원 35명은 서울 9명, 인천·경기 8명 등 수도권 지역구 의원들이 17명이다. 다음이 ‘보수신당’ 창당을 처음부터 주장한 김무성(부산 중-영도) 전 대표를 포함한 부산·경남(PK) 의원들이 10명으로 많다.

‘수도권+PK’가 신당파의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종구(강남갑), 이은재(강남병), 이혜훈(서초갑), 박성중(서초을), 박인숙(송파갑) 의원 등 서울 강남벨트(서초·강남·송파) 의원들이 전원 탈당하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의 상징적 기반마저 무너뜨렸다.

탈당, 수도권 17명, PK 10명 주축
친김무성 15명 안팎, 친유승민 10명
비례 중엔 김현아만 이름 올려
세 불려 40명 넘을 경우 제3당 차지

이은재 의원은 “보수신당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해 대선에서 승부를 벌이지 못하면 좌파 세력에 정권을 내줘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강남 보수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전체로도 20대 총선 당시 12명의 당선자 가운데 먼저 탈당한 김용태(양천을) 의원을 포함해 10명이 신당에 합류한다.

새누리당에는 서울 지역의 경우 친박계 김선동·지상욱 의원 등 2명만 남게 됐다. 비례대표 중에는 당 대변인 출신인 김현아(47) 의원이 유일하게 탈당 결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당준비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비례대표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 김 의원의 출당을 ‘정중하게’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당파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하면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그룹이 15명 안팎, 유승민 의원 측근 그룹이 10명가량이다. 강길부·이군현·강석호·권성동·김성태·김학용·여상규·이종구·이은재·이진복·정양석·홍문표·박성중 의원 등은 김 전 대표와 가깝다. 김세연·이학재·이혜훈·박인숙·오신환·유의동 의원 등은 유승민 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다.

신당창당 공동준비위원장을 맡은 정병국·주호영 의원과 심재철·김재경·나경원·김영우·박순자·황영철·홍일표·장제원·하태경·윤한홍·정운천 의원 등은 중립 성향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에 이어 유승민 의원까지 새누리당 대선주자 전원이 신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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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진 않았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마음이 (신당으로) 많이 기울었지만 종로구 핵심 당직자들과 협의가 필요해 다음주 중 탈당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새누리당 안에서 건강한 보수를 살릴 가능성이 없어졌다”며 신당 추진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여당의 분열은 한국 정치사에서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1987년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모태 신민당), 2004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2007년 열린우리당 해체 등 분당은 야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지난 95년 2월 김종필 전 총재가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한 적이 있지만 당시 현역 의원은 6명만 동참했다. 97년 9월 이인제 전 의원이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해 국민신당을 만든 적이 있지만 당시에도 8명만 뛰쳐나가는 데 그쳤다. 지금처럼 보수 여당이 양분되다시피 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글=정효식·허진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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