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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우병우'…고(故)최경락 경위 유가족의 절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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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8일(체포되기 전날) 저녁 7시인지 7시반인지 퇴근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시간은…’

지난 2014년 숨진 고(故) 최경락 경위의 부인 A씨는 중앙일보에 전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통스러웠던 당시 기억을 더듬었다. A씨는 “저녁식사 하기도 전부터 한일(46) 전 경위와 통화하고 문자도 하더라. ‘청와대 쪽에서 한 경위를 회유하는 것 같은데 마음이 약해서 걱정’이라는 말을 저녁식사하면서 들었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이) 밥공기 1/3도 먹지도 못한 채 한 경위를 만나러 나갔다. 밤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고 다음날 체포됐다”고 기억했다. 최 경위는 닷새 뒤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 경위가 숨진 뒤 유가족들은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인 A씨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자녀 2명과 함께 거실도 없는 방 2칸짜리 주택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 자녀들이 수학여행을 가거나 학교에 입학할 때면 최 경위의 형 최낙기(58)씨가 조금씩 도움을 준다고 한다. 최씨는 “나도 매일매일을 눈물로 보냈지만, 제수씨 마음고생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며 “도움을 주려해도 내 형편도 넉넉치가 않아 큰 힘이 되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A씨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건 그나마 하던 비정규직 마저 잃을까봐서란다.

형 최낙기씨는 22일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향해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라”고 요구했다. 우 전 수석을 향해 “괴물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최씨는 “우리가 뭐라 한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지만 청문회에 나온 우병우씨에게 묻고 싶다”며 “당신들에게 가장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당신은 이미 역사의 죄인이 됐으니 이제 망자의 명예라도 회복해달라”고 촉구했다.

최경락 경위는 지난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내용의 유서를 통해 청와대의 수사 개입을 암시하기도 했다. 결국 2년 뒤인 지난 11월, 한일 전 경위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병우의 민정비서관실을 통한 회유가 있었다”고 증언해 큰 파장이 일었다. 최씨는 “동생인 최경락 경위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라며 두 차례 거리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최낙기씨는 “동생(최경락 경위)가 세상을 떠난 뒤 답답한 마음에 혼자 미사리 한강변으로 나가 고함을 질러본 것도 여러 번”이라며 “절대 자살하거나 할 애가 아닌데 동생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최씨는 “그들(우병우)의 돈과 권력이 얼마나 될지는 몰라도 유가족 심정을 절대 이해 못할 것”이라며 “이제라도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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