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금강산, 내륙기업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가운데)이 지난달 18일 금강산 관광 18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장을 방문해 격려사를 했다. [사진 남북경제협력연구소]

박원순 서울시장(사진 가운데)이 지난달 18일 금강산 관광 18주년을 맞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금강산기업인협의회와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장을 방문해 격려사를 했다. [사진 남북경제협력연구소]

“아~ 금강산·내륙기업들은 어쩌나.”

개성공단 이외의 북한 지역에 진출했던 기업(금강산·내륙기업)들의 한숨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11월 통일부 2017년도 예산심사에서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과 2010년 5.24대북제재조치로 인해 피해를 본 금강산·내륙기업들에 지원금 9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이 예산 지원을 반대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기대했던 금강산·내륙기업들의 어깨가 다시 축 쳐지게 됐다.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장은 “지난 8년 동안 관광 재개만을 기다리다가 생활고와 스트레스로 인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람,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 등 정부를 믿고 투자했다가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금강산 투자 기업 대표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정부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 38곳에 182억원을 대출(투자액 784억원의 23%)했지만, 긴급운영자금 대출로 직원 인건비·차입금 상환 등의 용도에 한정했다. 신 회장은 “정부가 남북경협사업을 영원히 중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투자기업에 대한 손실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내륙기업도 5.24조치로 일반 교역 및 위탁가공무역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5.24조치로 당시 폐업한 업체수는 일반교역 업체 234개, 위탁가공업체 70개 등 모두 304개사에 달한다. 5.24조치 이전 업체수(1028개사)의 30% 정도다. 지금은 6년이 지나 연락 두절 등으로 남아 있는 업체가 어느 정도 파악도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5.24조치 이후 북한 내륙에 진출했던 1028개 기업체 가운데 1차로 169개사, 2차로 99개사에 820억원의 대출금을 주고, 3차로 457개사에 긴급운영자금으로 53억원의 무상지원금을 지급했다.

정부의 이런 대책에 기업들은 그동안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27년 동안 대북사업을 한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은 “지원 대상자 가운데 일반교역업체와 임가공업체는 빠져 있는데다가 개성공단에 비해 겨우 죽지 않을 정도의 지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내륙기업 대표들이 5.24조치의 장기화로 가정파탄과 행방불명자로 전락하는 등 절박한 사정에 처했는데도 정부는 시늉만 내려고 했다”고 꼬집었다.

통일부는 금강산·내륙기업들의 불만에 대해 “국민의 예산이고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 다른 사업들과의 형평성, 국가예산문제 등을 종합해서 고려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일부는 “내륙기업의 특성은 또 개성공단 기업의 특성과는 다른 점이 있어 그런 것을 감안하며 추가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회장은 “금강산·내륙기업들이 경영상의 문제로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중단 조치에 따른 사업 중단이라는 점을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2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강산·내륙기업들에 대한 지원부분을 관계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인들과도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지원이 되도록 계속 협의를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장관이 국회에서 밝힌 약속인 만큼 제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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