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사에 ‘박근혜 퇴진’ 전공노 현수막…행자부 징계 요청, 광주광역시는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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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행정자치부와 광주광역시가 지방공무원 징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광주시청과 산하 5개 구청 청사에 내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광주본부 소속 공무원 처리를 놓고서다. 행자부는 지방공무원 징계권을 갖고 있는 단체장인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에게 해당 공무원을 즉각 징계하라고 요청했지만 광주시와 5개 구청 측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를 검토하겠다며 행자부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행자부 “중립 의무 위반” 10명 고발
전공노 “구태 정부 공무원 길들이기”

행자부는 20일 “ 공공 청사에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건 전공노 간부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성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공무 외 집단행위를 금지한 지방공무원법에도 어긋났다는 이유에서다.

전공노 광주본부는 앞서 지난 4일 광산구청을 시작으로 7일까지 광주시 청사와 5개 구청 청사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행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주도자 징계와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14일에는 현수막 설치를 주도한 전공노 광주시지부장 등 간부 10명을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행자부의 징계 요청과 관련해 윤장현 광주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촛불집회에 참여한 모든 공직자를 색출해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물어 처벌할 것이냐. 지금은 비상시국이자 비정상적인 국정 상황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르는 특단의 행동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사실상 징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현수막 철거에 대해서도 광주시와 5개 구청 측은 “전공노의 자진 철거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노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때까지 현수막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 징계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단체장이 징계하지 않으면 사법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 요청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고 말했다. 단체장이 나서지 않으면 현수막 철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행자부 입장이다. 한편 전공노는 ‘박근혜 정권 부역 관료, 공무원노조 탄압 자행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21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열 예정이다. 김태성 전공노 정책실장은 “국민의 공무원이니만큼 국민을 위한 주장을 할 수도 있는데 구태에 젖은 정부가 공무원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염태정 기자,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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