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선 왜 무덤 도굴이 많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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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대 이집트인에겐 전생이 없었다. 대신 사후 영원불멸을 믿었다. 죽어서도 다시금 살아남을 것을 기원하는 뜻에서 미라를 만들었다. 이집트인은 동물 또한 인간과 똑 같은 신성한 존재로 보았다. 만약 고양이를 죽일 경우 그 사람의 눈썹을 밀어버렸을 정도다. 악어·매·따오기 등 지금까지 전해지는 동물 미라만 수천만 점에 이른다. 신에게 양을 제물로 올렸던 유대교와 다른 전통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에 소개된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관(棺). 이집트인은 영원한 삶을 얻으려면 주검이 보존돼야 한다고 믿었다. 완전한 탈수 상태의 미라를 만드는 데 70일가량 걸렸다. [사진 우상조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에 소개된 고대 이집트의 미라와 관(棺). 이집트인은 영원한 삶을 얻으려면 주검이 보존돼야 한다고 믿었다. 완전한 탈수 상태의 미라를 만드는 데 70일가량 걸렸다. [사진 우상조 기자]

영원한 삶에 대한 이집트인의 갈망을 살펴보는 ‘이집트 보물전’(www.egypt2017.com)이 2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투탕카멘의 황금가면 같은 웅장한 보물은 없지만 사후세계를 굳게 믿었던 이집트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유물 229점이 나왔다. 모두 미국 뉴욕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 보물전’
사후 세계 믿어 화려하게 장식
미라·샵티인형·오시리스상 등 소개

사실 이집트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큰 전시 아이템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2009년 ‘파라오와 미라’ 특별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왕족·귀족은 물론 일반 평민들에게 고른 조명을 비춘다. 가난한 백성도 미라나 각종 장신구를 만들었을 만큼 이집트인은 저승에서도 이승의 삶이 연속되기를 소망했다. 재미있는 사례 하나. 고대 이집트에선 관·미라·조각품 등 장례용품 약탈과 도굴이 논란이 됐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남의 부장품을 몰래 꺼내 자기 이름을 다시 새겨 넣을 정도였다. 조각상은 비싼 규암으로, 그 상을 받치는 탁자는 값싼 석회석로 만들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장례는 부와 신분의 표지인 셈이다.

구문경 중앙박물관 학예사는 “이집트에선 금이 매우 귀해 보통 사람들은 미라 가면을 노란색으로 칠하기도 했다”며 “이번 전시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준비하는 이집트인의 보편적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미라다. 화려하게 장식된 관, 몸에서 꺼낸 장기를 보관했던 카노푸스 단지, 죽음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 『사자의 서』 파피루스 등이 소개된다. 사후에도 하인처럼 부릴 수 있게 함께 묻었던 샵티 인형도 다양하다. 이집트 신화의 중심 인물이자 사후세계의 왕인 오시리스상도 빠뜨릴 수 없다. 전시는 내년 4월 9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대학생·청소년 1만1000원, 초등학생 8000원.

글=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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