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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어떻게 가을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개화할까

중앙일보

입력

PWR단백질이 빠진 애기장대(아래사진 가운데)와 HDA9단백질이 빠진 애기장대(아래사진 오른쪽)는 형태가 유사하다. 통제군(아래사진 왼쪽)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르다. [기초과학연구원]

히스톤 아세틸화, 탈아세틸화 개념도. 식물을 구성하는 뉴크레오솜은 히스톤 단백질(사진의 파란색 원형으로 표현) 8개가 DNA에 감긴 형태다. [기초과학연구원]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김윤주 기초과학연구원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연구위원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인 곽준명 기초과학연구원 식물노화수명연구단 그룹리더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동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에 네 홀로 퓌였난다.’ <이정보 ‘국화야 너는 어이’>

매화·난초·국화·대나무(梅蘭菊竹)는 각각 사계를 대표하는 사군자다. 지리·기후에 따라 식물은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다. 국화는 어떻게 꽃이 필 시기를 알까.

국내 연구진이 19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식물의 꽃 피는 시기를 결정하는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다.

곽준명 기초과학연구원(IBS) 식물 노화·수명 연구단 그룹리더 팀은 미국 캘리포니아리버사이드대(UC리버사이드)와 공동으로 식물(애기 장대)의 후성유전학적 유전자 발현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꽃이 피는 시기는 특정 단백질이 단독으로 조절하는 게 아니었다. PWR단백질(POWERDRESS)이 HDA9(Histone Deacetylase 9)라는 효소와 결합해 이뤄진 복합체가 식물의 성장과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PWR단백질이 개화시기를 조절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은 베일에 쌓여있었다.

연구진은 애기 장대에서 PWR단백질과 HDA9 효소를 각각 제거해 봤다. 이 돌연변이를 관찰해 보니, 정상 식물보다 개화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빨리 발현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두 돌연변이체 모두 정상 식물보다 빨리 꽃이 폈고 열매 끝이 뭉툭한 모양이었다.

즉, PWR단백질과 HDA9효소가 식물의 성장과 개화 시기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진은 또 실험을 계속해 이 단백질과 효소가 독립적으로 개화 시기 조절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복합체를 이뤄 함께 행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윤주 IBS 연구위원은 “PWR단백질과 HDA9효소가 개화 시기에 독립적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복합체를 이뤄 식물 성장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식물의 발달과 노화를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메커니즘의 이해를 도울 단초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5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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