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자살 파문] 비자금 150억 수사큰 틀 안깨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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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대검 중수부가 하고 있는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의혹 수사에 다소의 지장은 불가피해졌다. 또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에서 진행 중인 대북송금 사건 재판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수사나 재판의 큰 틀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검 관계자는 4일 오전 "鄭회장 주변에 대한 직접 수사는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혀,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듯했다.

그러나 대검은 鄭회장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전 현대상선 미주본부장 박기수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난 직후인 이날 밤 朴씨를 소환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검찰은 특히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을 돈 세탁한 인물로 알려진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미국 체류)씨의 자진 귀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주 전부터 金씨 변호인을 통해 자진 귀국을 설득해 왔다"며 "지금도 변호인이 미국 현지에서 金씨의 입장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귀국 여부는 6일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金씨는 지난달 중순 모 법무법인 소속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 Y씨를 선임했다. Y씨는 " 미국으로 휴가 간다"며 집을 비운 상태다.

일단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백50억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뇌물 공여 용의자'인 鄭회장이 자살함에 따라 관련 수사가 어려워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진행 중인 계좌추적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자칫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검찰은 鄭회장의 추가 진술이 없더라도 사건 규명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鄭회장을 상대로 충분히 조사했고 다른 관계자들로부터도 관련 정황을 수집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이르면 보름 내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鄭회장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건 재판부는 "鄭회장의 투신 자살로 재판 진행 자체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鄭회장에 대해서는 사망신고서 등이 재판부에 정식으로 접수되면 공소 기각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 사건 재판은 지난달 4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차 공판을 마친 상태다.

鄭회장은 ▶재경부장관 신고없이 외국(북한)과 자본거래를 한 혐의(구 외국환거래법 위반)▶통일부장관 승인 없이 대북협력사업을 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대북송금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열사에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세 가지 혐의로 특검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었다.

재판부 관계자는 "피고인들에 대한 주요 심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면서 "오는 18일 오후 2시로 예정된 4차 공판에서 이변이 없는 한 심리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鄭회장이 이미 할 이야기를 다 했다"며 "박지원씨 등 다른 피고인들과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기존의 鄭회장 진술을 바탕으로 재판부가 사실 관계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주안.김현경 기자

*** 정몽헌씨 수사 일지

1.23 서울지검 출국금지 조치

4.17 송두환 특검, 대북송금 의혹 수사 착수

5.30 특검, 소환 조사

6.25 특검, 불구속 기소

7.4 대북송금 1차 공판 출석

7.21 대북송금 2차 공판 출석

7.22 대검 중수부,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 수사 착수

7.26~8.2 대검, 세차례 출퇴근 조사

8.1 대북송금 3차 공판 출석

8.4 현대 사옥서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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