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부지리|포상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0면

한미간 통상마찰의 와중에서 일본만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우리의 통상정책을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는 그동안 대외 통상거래에있어서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놨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려고 국내시장을 확대, 개방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미국보다는 일본측에 더이득을 주고있다. 수입자유화 품목의 수입이 미국에서 보다 일본으로부터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무협이 조사, 분석한「미국의 개방 요청품목 수입실태」는 우리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주의를 환기시킬만 한 것이다.
무협의 조사에따르면 한미간 통상마찰이 증폭되기 시작한 지난83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수입관리대상에서 풀어 개방한 1백50여개 품목의 대미 수입비중은 오히려 낮아지고 반면에 대일 수입비중은 높아졌다.
문제의 개방 품목가운데는 미국측이 대한 수출가능성을 갖고 끈질기게 관심을 가져왔던 것들이 많다.우리의 형편으로는 관련 국내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여 무리를 해가며 수입자유화를 단행한 품목들이기도 한데 일본은 힘안들이고 앉아서 개방품목들의 대한수출을 늘릴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공업원료나 산업용 기기들이 이와같은 품목에해당한다.
우리의 개방속도가 미국 때문에 무리할 정도로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내 산업의 발전단계와 개도국의 입장을 충분히 감안하여 당초 합리적인 개방스케줄을 짜놓고 있었으나 쥐꼬리만한 대미무역흑자가 생기고부터 주로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여 이같은 스케줄을 대폭 수정하여 국내 산업에 충격을 주면서까지 조기 개방쪽으로 급선회했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가 73억달러에 이르자 미국의 추가개방 요구는 고통을 더욱 가 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외거래 균형과 통상마찰을 완화하기위해 대미 무역흑자 축소노력을 배가 하기로 하고 다각적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의 대일적자해소 5개년 계획, 대미수입확대, 관세인하, 미국 관심품목의 추가개방등은 여타 무역상대국에서 보면 예외적이라 할만큼 대단한 것들이다. 미국은 지금도 미개방 품목에 관해 조기 개방을 요구, 이같은 요청도 들어주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수입자유화율을 86년말 91.5%에서 88년에는 95.3%로 높이는것이 우리정부의 당초 계획이었으나 97%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對日 수입비중이 대미 수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대미흑자, 대일적자는 심화되고 있다.
대미 수입이 대일 수입보다 부진한것은 가격, 아프터서비스, 납기등에서 미국제품이 일본제품보다 뒤떨어진 때문이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우리노력만으로는 대미 수입증대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있다.
이같은 조사결과 외에도 뿌리깊은 오랜 한일 거래관행이 일본제품을 선호토록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있다.
이같은 현실 분석에서 한미간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공동노력이 절실하다. 우리는 대미 증대노력을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대미 무역흑자 축소가 당면과제인 만큼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대미 수입증대에 기여할 정책들을 더 개발해야 한다.
대미 수입선 전환자금의 융자비율, 연지급 수입 확대나 외환수수료 인하,관세율 부과기준 개선등은 검토의 대상이 될것이다. 미국측또한 우리와 상응한 대한 수출부진에 대한 심도있는 원인분석을 통해 적절한 수출증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