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회장 자살 파문] '현대號'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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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로 현대그룹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됐다.

鄭회장은 현대 계열사 중 현대상선 지분 4.9%만 갖고 있지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후계자'라는 상징성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만큼 그의 부재는 그룹의 앞날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鄭회장이라는 구심점을 상실하면서 계열사 매각이 가속화하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속화할 계열사 매각=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은 鄭회장의 사망으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 프루덴셜과 현대투신증권 매각을 추진 중이고, 현대증권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미 정부에 위임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오토넷과 현대정보기술 매각도 주목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하이닉스와 현투증권이 최대 주주인 만큼 원매자가 나온다면 경영권 및 지분매각 작업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이 구조조정 가속화로 네댓개의 핵심 계열사만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鄭회장은 11개 계열사 중 현대아산을 제외한 10개 계열사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이 운영해 왔는데, 앞으로 이 같은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이윤우 부총재는 "鄭회장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것이 사라지면 계열사 간의 결합이 상당히 느슨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鄭회장이 직접 관여해온 현대아산은 금융권 빚은 없지만 관계사에서 받은 4천억원의 출자금을 거의 까먹은 상태인 데다 추가로 관계사에서 출자받기 힘들 것으로 보여 대북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노정익 사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12월 자동차 운반선 부문을 15억달러에 매각한 뒤 현금이 대거 유입된 데다 최근 선박 운임이 올라 경영 환경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택배는 전문경영인인 최용묵 사장과 강명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지배구조엔 변화 없을 듯=현대그룹은 鄭회장의 장모 김문희씨가 최대 주주(18.57%)로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사실상 지주회사 격을 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최대 주주(지분 15.16%)며, 현대택배 지분도 18.67%를 갖고 있다.

鄭회장이 등기이사로 돼 있는 현대상선은 다시 ▶현대증권 16.63%▶현대택배 30.11%▶현대아산 40% 등을 보유하며 계열사 지분구조의 중심축에 서있다. 鄭회장의 지분은 현대상선 지분 4.9%에 불과해 그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앞으로 현대는 사실상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鄭회장의 장모 김문희 여사와 형제들의 의사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에 전념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현재로선 지원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편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은 현대 계열사 11곳의 여신 거래 현황 등을 점검했다.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점검 결과 당장 금융권에 별다른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선구.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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