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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티 테크] 석달 떨어진 엔화에 투자, 환차익 나도 세금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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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청춘의 지갑을 채우자 <8> 외화통장으로 엔화 실전 투자

‘써티(Thirty)테크’의 목표는 적금과 부동산 중심의 재테크에서 벗어나 ‘20~30대 맞춤 투자 전략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금융투자에 나섭니다. 실제 수익률을 공개하고, 혹 성과가 좋지 않다면 실패 원인까지 분석합니다.

‘저금리·저성장’은 이미 한국 경제의 공식이 됐다. 국내에서는 예전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자산시장의 수익성이 정체되자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해외 투자를 할 때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게 바로 환율이다. 수익이 나도 환차손을 입어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기도 하고, 자산가치는 그대로인데 환율이 유리해져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보다 저성장을 먼저 겪은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는 일찍부터 외환 시세 변동으로 돈을 버는 환 투자 붐이 일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재테크에 민감한 자산가들 사이에서 달러예금, 엔화예금 등 환 투자가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주거래 은행 이용하면 환율 우대
입출금 잦으면 수수료 많아 손해
환차손 대비해 환율 항상 살펴야

기자도 이번 기회에 외화예금통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자산가들의 투자법을 따라하면 최소한 큰 손해는 안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화예금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사모펀드나 해외 채권처럼 1000만원~1억원씩 하는 최소가입금액 제한이 없다. 정창혜 신한은행 여의도중앙금융센터 대리는 “프라이빗뱅킹(PB)점포에서 달러를 많이 사 두는 고객들도 모두 동일한 외화예금통장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부자가 아니어도 부자들처럼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외화 예금이다.

평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주거래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신분증을 내고 신청서를 쓴 뒤 비밀번호를 설정하자 금세 통장이 만들어졌다. 적금이나 입출금통장을 만드는 절차와 똑같다. 통장이 만들어졌으니 돈을 넣을 차례다. 거래표 한 장만 쓰면 원하는 금액만큼 외화를 매입할 수 있다. “원화가 들어있는 통장에서 100만원을 이체해 일본 엔화를 사겠다”고 요청했다. 주거래은행 환율 우대 혜택을 더해 100엔당 1036.26원의 환율을 적용받았다. 월급통장에서 99만9659원이 빠져나가고 총 9만6468엔이 새 외화통장에 입금됐다.

은행에서 적용하는 외화 시세는 팔 때보다 살 때가 비싸다. 은행이 화폐를 수입해오기 때문이다. 화폐 실물을 인출하거나 입금하지 않는다면 전신환(telegraph transfer) 시세를 적용받는다. 현금이 오가는 대신 통장 간 입금이나 이체로 거래가 이뤄져 수수료가 조금 싸다. 외화예금을 통한 환 투자 원리는 간단하다. 해당 통화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된다. 기자처럼 100만원어치 엔화를 산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10만 엔을 살 수 있다. 그러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00원이 됐다고 가정하자. 엔화 가치가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이 때 10만 엔의 가치는 110만원이 된다. 외화예금통장에 넣어둔 돈의 액수(10만엔)는 변함이 없지만, 가만히 앉아서 10만원을 번 셈이다. 수익률을 계산하면 10%다. 게다가 환 차익에 대해서는 국내 예금에 붙는 이자소득세(15.4%)를 떼지 않는다. 솔깃한 정보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달콤한 환차익만큼 아찔한 환차손도 고스란히 투자자가 떠안는다. 엔화 외화예금 금리는 바닥 수준(연 0.6~0.7%)이라 환차손 보전은 꿈도 꿀 수 없다. 외화를 매입할 땐 반드시 최근 시세를 면밀히 살피자. 가격이 저점을 찍은 통화를 매입해야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화의 경우 최근 석 달간 꾸준히 가치가 떨어졌다. 9월 중순 100엔당 1100원 안팎이었지만 12월엔 100엔당 1000원 초반 대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가 초강세를 달렸지만 엔화 값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앞으로의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기자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시장의 과잉 기대가 사그라지면서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다시 오를 것”이란 UBS자산운용의 의견을 따랐다.

외화 투자를 할 때는 수수료에 민감해져야 한다. 투자금이 소액이거나 입출금이 잦을 경우 배(수익)보다 배꼽(수수료)이 커질 수 있다. 신한은행 ‘외화 체인지업 예금’의 경우 입출금 때마다 거래금액의 1.5%씩 수수료가 붙는다. 달러·엔·유로·파운드 등 주요 통화 13종에 한해서다. 그 외 다른 통화를 취급할 때는 수수료율이 더 높아진다. 은행을 방문하는 대신 스마트폰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단골 은행을 이용해 환율 우대를 받는 것도 중요한 수수료 절약법이다.

써티테크 9회에서는 김민상 기자가 ‘파도타기 투자법’을 이용해 박스권 장에서도 수익률을 잡는 리밸런싱 상장지수증권(ETN)을 소개한다. 중앙일보 홈페이지(www.joongang.co.kr)에서 지면보다 먼저 만날 수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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