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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대신 ‘싼커’ 잡는다…면세점 강남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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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서울 강남 3구가 ‘면세점 새 중심지’로 부상한다. 17일 끝난 시내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 강남 3구에 면세점을 만들겠다고 한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가 새 면세 사업자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중국 관광객이 명동·광화문 일대에서 강남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역센터·월드타워·센트럴시티
현대·롯데·신세계, 사업권 따내
적자 면세 사업 흐름 바꿀지 주목
‘최순실 게이트’ 연루 부담은 여전

18일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의 축이 강남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변화”라고 말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단체 중심의 유커(游客)에서 개인 관광 형태인 싼커(散客)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깃발든 유커는 줄어들 것이고 스마트폰을 든 2030 싼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잡으려면 ‘강남’이 상징하는 고급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높은 점수(801.5점)로 특허를 거머쥔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무역센터에 둥지를 튼다.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코엑스 단지 내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특급호텔과 카지노, 코엑스몰, 백화점 등 풍부한 인프라까지 갖췄다.

17일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 등 유통 빅3가 나란히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세 곳은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서울 강남 3구에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면세 사업의 중심도 명동 도심권에서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롯데 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영업재개를 앞두고 매장을 점검하는 모습.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재승인 심사에 탈락해 문을 닫았다. [뉴시스]

17일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 등 유통 빅3가 나란히 새 사업자로 선정됐다. 세 곳은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서울 강남 3구에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면세 사업의 중심도 명동 도심권에서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8일 오후 서울 롯데 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영업재개를 앞두고 매장을 점검하는 모습.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재승인 심사에 탈락해 문을 닫았다. [뉴시스]

지난해 사업권을 잃었다가 부활에 성공한 롯데 면세점의 월드타워점은 초고층 빌딩으로 ‘고급’과 ‘현대’ 이미지를 내세운다. 사업권을 박탈당하기 전까지 매출 1위(6000억원)를 차지했고 3대 명품(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이 모두 갖춰져 있다. 내년 4월 월드타워가 정식으로 오픈하는 점도 플러스다.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은 그야말로 교통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해서 지방을 오갈 수 있고 지하철 3·7·9호선이 만나는 환승역이기도 하다. 주변에 백화점 등의 쇼핑시설은 물론 호텔·의료·문화·예술시설 등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이처럼 선정된 3곳은 모두 교통이 편리하고 대규모 유통시설 내부에 들어선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강남권 관광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비슷하다. 롯데면세점은 5년간 2조3000억원을, 신세계면세점은 3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현대백화점은 사회공헌으로 500억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3곳 업체가 내세운 관광 인프라 개발의 내용도 선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광 인프라 개발에 대한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광홍보관이나 문화예술거리 조성, 음식 문화 축제 개최 등 진부한 내용이 적지 않다. 지난해 면세점 심사 때도 나왔던 계획과 엇비슷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일단 사업권을 따고보자’는 식으로 나열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관광 인프라 개발은 투자 금액보다 내용이 중요한데 이번 심사에서는 ‘누가 더 많은 돈을 쓰느냐’는 ‘쩐의 전쟁’으로 비화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신규 면세점들이 약속과 달리 강남에서도 유커 유치 경쟁을 펼친다면 면세접 업계 전반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지난해 면세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상반기 기준 신세계 면세점(명동점)은 175억원, 한화갤러리아는 174억원, 두타는 160억원, HDC신라는 91억원 적자다.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여행사에 판매 대금의 일부를 송객수수료로 떼어주는 출혈 경쟁 때문이다.

외부 악재도 있다. 이번 면세점 심사를 두고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면서다. 면세점 사업권 부활을 대가로 롯데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했다는 의혹이 아직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특검 수사라는 큰 산이 아직 남았다. 이번 심사에서 SK네트웍스는 HDC신라와 함께 탈락했지만 롯데는 사업권을 얻어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관세청은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가 특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거짓·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정된다면 즉시 특허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청은 이같은 내용의 각서를 업체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취소 사례가 나오더라도 차점 사업자가 특허권을 가져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주영·하남현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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