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은 「진상」을 어떻게 알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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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성명발표 70시간만에 고문경관 3명을 추가구속하고 박종철군사건을 원점에서 전면수사토록 하는등 범인축소·조작의 정확한 내용을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승훈신부)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
또 사제단이 『당국이 진실을 밝히지 않을 경우 증거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자신할 정도의 확실한 「증거와 자료」는 무엇일까.
박군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진행되면서 관심은 「누가 범인을 조작했느냐」하는 것과 「사제단이 갖고 있다는 증거및 누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사제단에 알렸느냐」는 사실에 모아지고 있다.
사제단측의 주장과 성명서 내용, 조경위 가족들의 증언등을 중심으로 사제단 성명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제보자는 누구일까를 살펴본다.
◇사제단 입장=사제단은 『충격적이고 믿을만한 제보가 있었다』고만 밝힐뿐 성직자로서 제보자 보호를 내세워 일체 함구하고 있다.
또 시기상조를 내세워 증거공개를 미루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김승훈신부는 22일 『성명작성 과정에서 구속 경찰관의 가족들을 만난 일이 없으며 가족의 고해성사(고해성사)에 의해 사제단이 진상조사를 하고 성명을 발표했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부는 또 『제보자의 행위가 고해성사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고해성사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제보자가 천주교 신자가 아님을 비췄다.
사제단은 3월하순 첫제보에 접했고 4월말까지 이를 발표할수 있을 정도로 확인하고 증거를 확보한뒤 공개발표를 결정했으며 5월초 이같은 내용을 김수환추기경에게 보고, 5·18추도미사때를 발표시기로 잡았다는 것.
◇구속경관가족 주장=조경위를 면회해온 가족들은 면회때 감시가 심해 결코 조경위가 심경변화를 일으킨 사실을 확신할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때문에 변호인인 김무삼변호사를 선임해 조경위의 확실한 마음을 알고자 했다는것.
조경위 가족들은 결코 사제단을 찾아가 신부를 만난적이 없으며 범인이 조작됐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이에대한 확실한 증거는 갖고 있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제단의 성명에 대해서는 『제보자가 이사건 수사와 깊은 관련이 있는 공직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생명서 내용=성명서를 보면 사제단이 전례없이 확신과 자신에 차있음을 쉽게 느낄수 있다.
또 성명발표직후 검찰간부가 『조작설은 사실과 다르다. 범인이 더 있다는 부분은 모르지만…』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하지 못한 것을 보면 사제단의 성명내용중 상당부분을 이미 검찰도 알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한가지 커다란 의문점은 정확한 일시·장소를 적시하고 있는 성명서중 고문가담 경찰관 3명중 2명의 이름이 각각 한글자씩 틀려있다는 점이다.
즉 반금곤경장의 이름이 「방근곤」으로, 이정호경장의 이름이 「이정오」로 성명서에 발표되어 있다.
이것은 사제단이 확보하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바로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제단이 조경위의 자술서등 기록이나 문서를 가지고 있다면 이름이 틀릴리 없다. 다만 한가지 사제단이 갖고있는 증거가 이들의 진술을 녹음한 테이프라면 이를 듣고 받아 적는 과정에서 쉬운 발음대로 「반금곤」이 「방근곤」으로, 「이정호」가 「이정오」로 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씨가 희성이기 때문에 발음상 「방」씨로 착각하기 쉽고 「금」 과 「호」는 발음상 이름으로 흔히 쓰이는 「근」 과 「오」로 오기될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피의자나 피고인등 당사자의 진술을 녹음했다면 그것은 수사관계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사제단이 갖고 있는 증거는 녹음테이프이고제보자는 수사관계자일가능성이 높다. <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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