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변덕스런 입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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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은 임신한 여성의 50~80%가 경험합니다. 임신 5주째부터 시작해 5~7주간 지속하다가 임신 16~20주에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임신기간 내내 입덧에 시달리는 여성도 간혹 있습니다.

입덧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릅니다. 태반에서 나오는 호르몬(HCG) 분비량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B6의 결핍, 부신피질의 기능 이상, 갑상선 기능 항진이 원인이라는 학설도 있어요. 또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인 불안.공포.긴장.스트레스와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

입덧의 증상은 개인 차가 큽니다.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임신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거나 임신 중절을 하는 사람까지 있어요.

음식에 대한 기호까지 변하게 됩니다. 대개 신맛이 나거나 짜지도 달지도 않은 음식을 좋아하게 되지요. 냉면.국수.우유.과일.청량음료 등을 많이 찾고 김치.라면.육류.생선 등은 기피하는 경향입니다.

최근 대구가톨릭대학 식품영양과 최봉순 교수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임신부들(1백52명 조사)은 메스꺼움(68%).속쓰림(59%).구역질(49%).구토(42%) 순서로 입덧 증상에 시달리며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75%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또 단백질 식품과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과일.채소.해조류를 즐겨 먹으면 입덧이 수그러들고 라면.음료수 등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 심해진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입덧을 가볍게 하려면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음식 섭취가 중요합니다. 이따금 외식하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음식은 소량씩 먹고 속을 비우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입덧은 아침병(morning sickness)이라 불릴 정도로 아침 공복에 더욱 심해지므로 일어나기 전과 취침하기 전에 크래커 등 가벼운 음식으로 속을 채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의 정서적 지지도 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매사에 긍정적인 마음가짐도 입덧 줄이기에 효과적이죠.(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정상희 교수)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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