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경관·관련상사|"범인축소" 모의혐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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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범인 축소조작은 구속된 조한경경위·강진규경사의 당시 직속상관들인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5과장 유정방경정과 치안본부 5차장(대공담당) 박처원치안감, 대공수사 2단5과2계장 박원택경정이 고문경찰관 5명과 함께 비밀회의를 열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속된 조경위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자 유경정이 직위해제기간 중인데도 구치소 면회를 통해 무마공작을 해왔으며 이같은 사실을 수시로 박차장에게 보고해 온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고문경찰관 조작사건을 중시, 철저한 수사로 배후를 가리기로 했다.
정구영서울지검검사장은 22일 『범인조작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앞으로 철저히 배후를 수사하겠다』고 밝혀 관련 경찰간부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뜻을 비췄다.
22일 수사당국에따르면지난1월17일 치안본부특수수사대의 자체초동수사 당시 관련 경찰관 5명이 묵비권을 행사, 조사가 어렵게 되자 조사팀은 이들 간부에게 『설득해서 자백토록 해달라』고 부탁하자 박차장·유과장·박계장등이 밤12시쯤 고문경찰관 5명과 함께 수사관 회의실에서 문을닫아 걸고 2시간동안 비밀회의를 가졌다는 것.
이때 유과장은 『다섯명이나 다칠 필요가 없으니 조경위가 반장으로 책임을 지고 또 한사람이 십자가를 지도록 하자』고 제안해 조경위와 가장 나이가 어린 강경사가 이를 수락했다는것.
이때 박차장은 계속 침울한 표정으로 이들의 대화를 지켜봤고 유과장·박계장등은 『가족들의 생계는 걱정말라』『대공요원으로 그동안의 공로가 많으니 우리가 힘을써 집행유예정도로 풀려 나도록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이 결정에 따라 고문경관 5명은 입을 맞춰 조·강두사람은 범행을 시인하고 나머지 3명은 극구 부인한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조경위는 구속수감 직후인 1월말께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면회온 대공수사2단 동료에게 『법정에서 양심선언을 하겠다. 나는 박군을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발설했으며 박차장과 유과장도 이 사실을 보고받고 직위해제중인 유과장이 계속 조경위를면회해 설득작업을 폈으며 경과를 박차장에게 보고해 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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