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와 법유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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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사회에 법은 있는가, 없는가.
최근 우리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법의 존재와 기능에 원초적회의를 별수없이 품게한다.
시정의 감각과는 동떨어지게 추상같은 『법대로』가 진행되고 있는 한편에서 도무지법도, 최소한의 평형감각도 마비된듯한 법집행의 유기, 공공연한 법의 유린이 관행처럼 저질러진다. 그 이률배반의 부조화는 신성과 권위의 상징이어야 할 법치질서를 희화의 영역으로 떨어뜨리는 감조차 없지않다.
부산 형제복지원의 박인근씨 경우를 보자. 형사소추가진행중인 피의자가 하찮은 질병치료를 핑계삼아 경찰의 묵인아래 4O여일째 가족·친구·공무원들을 만나고 이발소·안마시술소까지 드나들며「자유」를 즐겼다.
경기도화성에서는 본인의 자백과 몇가지정황증거외에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채 한 용의자를 1주일이나 불법구금했다가 풀어주었다. 바로 4개월전 박종철군 사건을 계기로 「증거부터 수집한뒤 용의자를 연행하는 과학수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경찰이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형사소송법의 명시규정을 또 위반한 것이다.
그에앞서 경찰은 서올북아현동 감리교회에서 농성 성직자를 강제해산하며 성직자와 취재기자를 무차별 폭행하는 실정법위반을 저질렀다. 평화적 집회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백보를 양보해 치안목적상 강제해산이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폭력행사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겅찰은 법질서 그자체라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경찰의 직무집행이 이렇게 법을 어기고, 법을 유린하면서 정부가 『법대로』를 내세울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일까.
화성의 경우 경찰은 증거를 확보못하자 범인이란 심증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결국 용의자를 석방했다. 진일보라면 진일보다.
박종철군사건의 교훈이 없었더라면 그나마 어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으로 위안을 삼기에는 우리사회 시민들의 욕구와 수준은 훨씬 높고 멀리 가있다고 본다. 『법대로』가 문자그대로의 의미를 가져야할것이다. 법은 제정절차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법다와야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의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 경찰의 법집행부터 「바담풍」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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