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습공을 잡아라"…업체비상|수출호조로 공단주변에 브로커까지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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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견습공을 잡아라-.
구인난이 심각하다. 각 생산업체들은 기능공은 고사하고 견습공 모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수출물량증가·시설확장 등으로 인력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다 기능공 스카우트의 과열방지를 위해 당국이 정밀근로감독 등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기능공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기업들이 견습공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비상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
공단내 게시판은 물론 시외버스터미널, 주요 역주변 등에 사원모집 (견습공) 광고가 즐비하게 붙어 있고 「구인원정」 「고향친구 찾기」 등 각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가 하면 공단주변에선 견습공 알선 브로커까지 등장, 성업중이다.
◇인력부촉=서대구 공단과 제3공단등 대구시내 1천7백여 섬유업체의 경우 직수 (직수)를 비롯한 현장기능공의 절대필요인력은 모두 9만2천여명인데 비해 실제 고용인력은 8만3천명꼴로 9천명이상 (10%)의 기능공 부족현상을 보이고있고 구미공단도 섬유·전자 등 2백57개 입주업체의 기능공수요는 총6만3천7백여명으로 3저 호항으로 기지개를 켜던 지난해 이맘때의 5만1천5백여명보다 1만2천2백여명 (23·7%)이 더 늘었다.
구미공단은 수출호조로 올 들어 3천2백37억원을 투입, 50여개 업체가 공장신축·시설확충에 나선 바람에 새로운 기능공 수요만도 3천5백여명에 이른다.
부산 사상공단내 K화학은 제화·재봉부문에 당장 필요한 여성근로자가 5백여명이나 되며 자동차부품생산업체인 T사는 자동차업계의 호황으로 주문물량이 크게 늘었으나 근로자60명이 부족, 생산에 차질을 빚고있다.
마산수출자유지역도 인력난이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H시트는 여성근로자 3백명이 부족, 수출물량조달에 애를 먹고 있으며 K산업·D통신·H스타 등 전자업체도 같은 실정.
「구인난」이 가장 심각한 업종은 주로 16∼25세미만의 미혼여성을 필요로 하는 섬유·전자 등 노동집약업종.
특히 부산지방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엔화 상승으로 호황을 누리면서 최근 새로 설립된 1백여 중소기업들이 인력스카우트경쟁을 벌여 대기업체들이 여성근로자 확보에 진통을 겪고있다.
◇인력공급=『공단입주업체에서 자연감소·이직 등으로 구인의뢰를 해오는 것이 하루평균 20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불과 4∼5명도 충원해주기 어려운데다 올들어 내붙인 「구인광고」만도 섬유 5백여명, 전자 1천여명 등 모두 1천5백여명이지만 30%도 충원을 못하고 있다』는 구미수출산업공단 취업알선소 김용주씨 (36)의 설명은 구인난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 해주고 있다.
지난 한달동안 이곳 구미수출산업공단 취업알선소에 접수된 각 입주업체의 구인신청은 모두 5백74명 (여자 2백11명)이었으나 이중 구직을 희망해 취업알선 해준 사람은 구인신청의 24·9%인 1백43명 (여자 14명)에 불과했다.
특히 이직 등으로 당장 1명의 기능공만 빠져도 직기 10∼20대를 가동하지 못하는 중소섬유업체들은 견습공을 확보할 자금여력이 없어 근속중인 기능공의 이직을 막기 위한 전담직원까지 배치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있다.
◇견습공 모집=노동부 구미직업훈련원이 배출해 내는 기능공은 연간 1백여명에 불과.
이 때문에 각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기숙사 무료제공·의료보험혜택·산업체 특별학급진학 등 각종특혜를 주면서 농촌지역 미혼여성들을 견습공으로 모집, 3∼6개월 코스의 기능공훈련을 시키는 경향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로 중졸이상 만16∼20세미만의 견습공을 대량모집하면서 이들 여성근로자들에게 진학의 문을 열어주기 위한 구미공단내 산업체 특별학급은 현재 3개소에 50개 학급 2천7백55명.
그러나 산업체 특별학급의 수용시설이 절대부족, 구미여상·금오여고 등 구미시내 5개 고교에 위탁교육중인 근로자수만도 62개 학급 3천4백74명이나 되고 있다.
이같이 근로자들이 원하는대로 진학을 시켜 가면서까지 기능공을 양성하고 있으나 85년 전체근로자의 65%이상 차지하던 여성근로자수가 불과 2년만에 49·8% (3만1천7백36명)로 떨어져 섬세한 여성기능공의 일손을 바라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
이는 농촌지역에서도 여성들이 대부분 여고까지 졸업, 생산근로직보다 사무직을 더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공은 커녕 견습공마저 구하기 어렵게되자 최근엔 공단주변의 다방가에 진을 치고 견습공만,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들까지 등장.
유료직업안내소직원들이나 과거 섬유·전자업체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 브로커들은 경남·북 지방은 물론 전남·북, 강원도지방의 산간벽촌에 까지 원정, 대기업의 간부를 사칭하면서 한마을에서 5∼6명씩 양성공을 모집, 1인당 3만∼5만원씩 받고 구인업체에 소개한다는 것.
이른바 「보따리장사」로 통하는 이들 브로커들은 대구지역에 10여명, 구미공단지역엔 20여명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인작전=노동부 구미지방사무소는 구인전화 (②1919)를 가설, 구직희망자를 전화로 접수, 취업알선에 나서고 있고 구미수출산업공단 취업알선소는 지난 2∼3월사이에 「취업알선 안내문」과 「인력수급카드제 실시에 따른 협조공문」 5천여장을 각급 학교에 발송, 중졸· 고졸 견습공 3천여명을 모집했으나 이중 여성근로자는 절반밖에 안됐다.
구미상공회의소도 충북·전남·전북·경남·경북·강원도 등지의 66개 읍면에 「구인협조문」을 발송, 각 이동(이동)게시판에 「구인광고」를 내붙이고 있으며 중소도시 상공회의소에도 직원을 보내 협조요청을 하고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미상의조사부장 한익수씨(48)는 『농촌지역에도 인력난이 심화돼 좋은 후생복지시설과 대우개선 등 기업홍보를 통해 각종특혜를 제시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딸을 많이 둔 딸 부자집엔 선물꾸러미를 든 구인업체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관계기관의 취업알선에도 크게 기대를 걸지 못하는 기업들은 저마다 「모셔오기」경쟁으로 견습공을 데려오고 있으나 애써 양성한 기능공이 숙련공으로 해당기업의 중추역할을 할 즈음인 23∼25세가 되면 으례 결혼이나 개인사정을 들어 사표를 내기 일쑤.
그러나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장기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Y전자·C섬유 등 일부 중소기업들은 견습공 확보가 어려워 수당을 죄고 1백50%까지 인상, 특근이나 휴가기간단축 등으로 인럭난을 해소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향친구에게 편지 보내기』 『비번 날 고향방문으로 견습공 한사람씩 데러오기』 『견습공 취업알선에 특별수당 지급』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 직원들을 연고지로 보내고 있으나 매월 필요인력의 20%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미공단 H공업은 통근버스에 「현장모집」이란 광고를 붙이고 시외버스정류장 등에서 오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현장면접을 실시하고 있기도.
S섬유노무과장 최모씨 (38)는『온갖 방법을 다 동원, 모셔오기 경쟁도 벌여봤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해 최근엔 보따리장사 (브로커)를 통해 1인당 소개비 5만원씩 주고 6명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동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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