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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어린이 스타 "아이다운 놀이와 체험, 그게 또래에게 매력이죠"

중앙일보

입력

지난 시대 어린이들이 '뽀뽀뽀'나 'TV유치원'의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고,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고 노래했다면 요즘은 다르다. 우선 모바일을 비롯해 언제 어디서나 짬짬이 볼 수 있는 어린이용 동영상이 넘쳐난다. 이런 키즈 콘텐트는 유튜브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올 여름을 기준으로 국내 유튜브의 키즈 콘텐트 시청시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배나 늘었다. 전체 콘텐트 시청시간 증가세(3사분기 기준 65%)를 크게 앞지른다.

'라임튜브''말이야와 친구들''마이린TV'등
가족과 함께 만드는 동영상 채널 인기 확산

더구나 어린이나 청소년도 동영상을 보는 것만 아니라 직접 크리에이터, 즉 동영상 출연자나 창작자로 활약하며 또래들에게 인기 스타가 되는 시대다. '라임튜브''어썸하은''말이야와 친구들''헬로플로라''마이린TV'등은 키즈 크리에이터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새로운 공간이나 역할을 체험하고, 각종 만들기를 시연하거나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등의 내용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유튜브 채널이다. 그 중 세 팀을 12일 한자리에서 만났다. 동영상 제작에 나선 계기부터 서로 조금씩 다른 경험을 들려줬다.

먼저 '마이린TV'의 진행자 마이린은 초등학교 4학년생 최린 군이다. 지난해 어머니와 유튜브 키즈 데이에 참가, 동영상 창작과 편집을 배우면서 시작했다. 지금까지 촬영은 평소 쓰는 스마트폰, 편집은 윈도우에 내장된 기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어머니 이주영씨는 "카메라를 고정하고 혼자 찍기도 하고, 카메라 움직임이 필요할 때는 (엄마아빠가) 찍어 주기도 한다"며 "썸네일이나 자막은 아이가 직접 한다"고 전했다. 1년여만에 '마이린TV'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2만명,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2900만뷰가 넘는다. 친구들이 '마이린TV'를 다 아는 터라 출연 요청도 적지 않다. 최린 군은 "다 하는 게 아니고 그 친구가 잘하는 걸 찍을 때 불러서 찍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제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인 길라임 양의 '라임튜브'는 촬영과 편집 등 아버지 길기홍씨의 역할이 더 적극적인 편이다. 본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며 감독까지 맡았던 길씨는 2년 전 아내가 급성신부전증을 앓게 되면서 병간호를 병행하기 위해 전업 유튜버가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장난감을 소재로 키즈 채널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라임이는 안 나오고, 아빠 손만 나왔어요. 근데 라임이가 머리를 들이밀고 장난치는 영상을 올렸더니 반응이 좋더라구요." '라임튜브'는 현재 구독자수 40만명,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무려 4억 8천만뷰가 넘는 인기채널로 성장했다. 그 사이 1년여의 지난한 투병 끝에 아내가 완치되는 기쁨도 맛봤다. 딸과 보내는 가족의 시간도 크게 늘었다. "한때는 출근에만 두 시간이 걸리고, 늘 자정 넘어 퇴근한 적도 있었거든요."

이들이 부모와 자녀가 팀을 이룬 경우라면 '말이야와 친구들'은 '말이야'로 불리는 국동원씨와 아내 이혜강씨, 그리고 국씨의 외조카 세 사람이 함께하는 팀이다. 세 사람 중 또히(김도희)와 로기(임광록)는 중학교 1학년생, 미니(임광민)는 아직 미취학인 여섯 살이다. 대기업을 다녔던 이들 부부는 블로거로 한창 활동한 이혜강씨가 새로운 흐름에 밝았던 덕에 키즈 콘텐트를 주제로 선택, 지난해부터 전업 유튜버로 나섰다. 곧바로 조카들이 합류해 함께 다양한 체험을 게임처럼 벌이는 등의 동영상을 선보이고 있다.

'말이야와 친구들'은 현재 유튜브 구독자수 33만명, 전체 동영상 조회수 1억 3천만뷰가 넘는다. 이를 시작으로 영·유아 대상인 '말이야와 아이들'이나 '말이야와 게임들'까지 현재 3개 채널을 운영중이다. 동영상에 붙는 광고와 브랜드 협찬 등을 합쳐 "월수입이 대기업 시절의 연봉과 비슷하다"는 게 부부의 말이다. 조카들에게도 수입과 출연에 비례해 출연료를 지급한다. 그럼에도 국씨는 "단기적으로 수익을 목표로 하면 낙담하기 쉽다"며 "가족과 추억을 쌓는 것을 첫째로 삼는 게 좋다"고 권한다.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게 찍어야 보는 사람도 행복하다"는 지론이다. 그는 매일 올리는 일주일치 동영상을 몰아서 찍는 토요일이 "조카들에게는 끼를 발산하며 노는 시간"이라고 했다.

본래 지브리 스튜디오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운영을 꿈꿨던 길기홍씨는 '라임튜브' 덕에 새로운 방식으로 꿈을 이어가고 있다. '라임캐스트'라는 법인을 만들어 그같은 동영상 창작자를 지원하는 등의 일도 해볼 참이다. 라임이의 짝꿍인 인형 '파랑이'의 캐릭터 활용도 구상 중이다. 그는 '라임튜브'를 "각종 도전과 체험을 통해 라임이와 시청하는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채널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전에는 라임이 꿈이 간호사였어요. 그래서 뽀로로 같은 캐릭터와 협업을 해서 병원놀이 영상을 찍기도 했죠. '슈퍼라임'이라는 영상도 라임이가 팅커벨 영화를 보고 '나도 날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던거에요." 얼마 전 어린이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뮤직비디오를 한 편 찍은 뒤로 라임이의 꿈은 '가수'로 바뀌었단다.

특히 어린이 크리에이터가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갖는 매력은 뭘까. "그 또래만이 나타낼 수 있는 감성, 그 때만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이나 반응이 있죠." 마이린 엄마 이주영씨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이씨는 "십 년은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그 나이에 맞는 콘텐트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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